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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탠포드 의과대학 연구진이 독성이 강한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없이도 줄기세포 이식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유전적 질환으로 인해 기존 이식 절차가 극도로 위험한 파코니빈혈 환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1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혈액 생성 줄기세포 표면 단백질인 CD117을 표적하는 항체 ‘브리킬리맙’을 투여했다. 이 항체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화학요법 대신 혈액 형성 줄기세포를 안전하게 제거해 새로운 골수 이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이번 임상시험에 참여한 세 명의 소아 파코니빈혈 환자는 이 방법으로 기증자 줄기세포를 이식받았고, 2년간의 추적 관찰 결과 모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아그니에스카 체코비츠 소아과 조교수는 “이식 준비 과정에서 방사선이나 독성 화학요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것은 큰 도약”이라며 “취약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파코니빈혈 환자는 적시에 이식을 받지 못하면 혈액 생성이 멈추어 출혈이나 감염으로 사망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생존율 향상뿐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도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연구팀은 이식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기증된 골수에서 알파/베타 T세포를 제거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 면역세포는 이식편대숙주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제거 과정을 통해 환자는 부모와 같이 유전적 일치도가 절반만 맞아도 안전하게 이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존에 기증자 부재로 치료 기회를 얻지 못했던 약 40%의 환자들에게도 문을 열어주는 중요한 진전이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실제 환아에게서도 확인되었다. 텍사스에 거주하는 11세 라이더 베이커는 2022년 루실 패커드 스탠포드 어린이병원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해 줄기세포 이식을 받았다. 이전에는 심한 피로로 일상생활이 어려웠지만, 치료 후 건강을 회복해 스포츠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의 가족은 아이가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정상적인 학업과 운동을 이어가는 모습에 큰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체코비츠 교수는 줄기세포 이식이 혈액암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희귀 유전 질환 환자들에게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진은 수십 년간 이어진 기초 과학 연구와 임상 노력이 결합한 결과라며,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독성 없는 안전한 이식 치료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코니빈혈과 같은 난치성 혈액질환 치료에서 이번 연구는 독성 부담을 최소화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유전적 질환 치료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