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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스위스 제약사 로슈(Roche)가 개발 중인 고혈압 치료제 **지레베시란(zilebesiran)**이 2상 후속 임상에서 주요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충분한 가능성을 근거로 대규모 3상 임상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번 결과는 지난 8월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로슈와 알나일람(Alnylam)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이 약물은 RNA 간섭(RNAi) 기술을 기반으로 간에서 발현되는 안지오텐시노겐(angiotensinogen)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혈압을 낮추는 치료제다. 피하주사로 투여하며, 연 2회 투여만으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 대비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KARDIA-3 임상은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두 개의 코호트로 나뉘어 환자가 등록됐다. 첫 번째 코호트는 신장 기능이 비교적 양호한 환자(추정 사구체 여과율 eGFR ≥ 45mL/min/1.73m²)였고, 두 번째 코호트는 더 진행된 신장 기능 저하 환자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전체 분석에서 3개월 차 수축기 혈압(SBP) 변화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입증하지 못하면서 1차 평가변수는 충족되지 않았다. 로슈는 그 원인을 “다중 통계 검증 접근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300mg과 600mg 두 용량 모두에서 p<0.05를 만족하거나, 한 용량군에서 p<0.025를 달성해야 했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부 데이터를 보면 300mg 용량군에서는 위약 대비 5mmHg 혈압 감소를 보여 p=0.0431을 기록했으나, 600mg 용량군에서는 3.3mmHg 감소에 그쳐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로슈는 이번 임상이 “환자군을 세분화해 지레베시란의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집단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며, 특정 환자군에서의 유의미한 혈압 개선 효과를 강조했다. 특히 이뇨제를 포함해 복수의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면서 초기 SBP가 140mmHg 이상이던 환자군에서는 3개월 차에 평균 9.2mmHg 감소를 보였으며, 이러한 개선 효과는 6개월 추적 관찰에서도 유지됐다.


안전성 역시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지레베시란 투여군에서 3.8%, 위약군에서 4.5%로 큰 차이가 없었으며, 고칼륨혈증, 신장 기능 악화, 저혈압 발생률도 낮았다.


로슈는 두 번째 코호트 데이터는 추후 학술대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앞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KARDIA-1과 KARDIA-2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내 30개국 이상에서 1만1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 3상 임상에 착수하겠다고 전했다.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로슈 최고 의학책임자는 “지레베시란은 연 2회의 투여만으로도 혈압을 안정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약물”이라며 “현재 치료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80%에 이르는 환자들이 적정 혈압 조절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 약물은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레베시란은 로슈가 2023년 7월 알나일람으로부터 미국 외 지역 및 공동 미국 권리를 3억1천만 달러(약 4천억 원)에 확보한 약물로, 업계에서는 장기 투여 편의성과 지속효과라는 장점이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서 어느 정도로 반영될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혈압 관리 실패는 뇌졸중, 심근경색, 신부전 등 치명적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때문에 로슈가 추진하는 글로벌 3상 결과가 향후 고혈압 치료 패러다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