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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수술 없이도 뇌 깊은 부위를 정밀하게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초음파 장치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며, 신경과학 연구와 임상 치료 모두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경두개 초음파 자극(Transcranial Ultrasound Stimulation, TUS)’이라는 기술에 주목했다. TUS는 약한 기계적 파동을 전달해 뇌의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시스템은 특정 뇌 구조를 정확히 겨냥하기 어렵고, 의도치 않은 넓은 범위에 영향을 주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장치는 기존 장치보다 약 1,000배 더 작은 범위를 정밀하게 표적화할 수 있어, 뇌 심부 자극 연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번 초음파 시스템은 256개의 소자를 헬멧 형태로 배열해 특정 부위에 초음파를 집중시키는 원리를 사용한다. 또 참가자의 머리를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위해 맞춤형 플라스틱 안면 마스크를 적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진은 7명의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시각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시상 외측슬상핵(LGN)을 자극했으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시각 피질의 활동 변화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초음파 자극 시 참가자의 시각 피질에서 활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자극이 끝난 뒤에도 최소 40분간 신경 활동이 감소하는 지속 효과가 관찰됐다.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들이 자극에 따른 변화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뇌 활동 패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특정 뇌 회로를 안전하고 비침습적으로 조절하는 치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임상적으로 이 기술은 파킨슨병, 본태성 진전, 우울증과 같은 신경·정신질환 치료에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현재 널리 쓰이는 뇌심부자극술(DBS)은 두개골을 열고 전극을 삽입하는 침습적 수술이 필요하다. 반면 이번 초음파 시스템은 수술 위험 없이 동일한 수준의 정밀성을 제공할 수 있어, 환자 맞춤형 치료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진은 이 장치가 폐쇄 루프 신경 조절(closed-loop neuromodulation)과 같은 차세대 치료 방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임상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UCL의 스핀아웃 기업인 ‘NeuroHarmonic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휴대용 웨어러블 초음파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으며, 향후 병원뿐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 환자 맞춤 치료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신경과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수 있다고 평가한다. 수술 없이 뇌 심부 회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뇌 기능 연구뿐 아니라 안전하고 반복 가능한 치료법 개발에도 큰 진전을 의미한다. 다만 TUS가 신경 조절에 미치는 구체적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장기적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브래들리 트리비 교수(UCL 의과물리학·생체공학과)는 “수술 없이 뇌 깊은 영역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신경과학 연구와 임상 모두에 중요한 진보”라며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신경질환의 치료법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번 초음파 헬멧 기술은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으로서, 향후 임상 적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