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institute-of-allergy-and-infectious-diseases-EULFBSvDAog-unsplash.jpg\"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영국 동앵글리아 대학(UEA)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장암은 다른 암과 뚜렷이 구별되는 독특한 미생물 지문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되었으며, 대장암의 진단과 치료, 환자의 예후 예측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장암은 영국에서 네 번째로 흔히 발생하는 암이자 두 번째로 치명률이 높은 암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 전략 개발이 시급한 질환이다. 연구팀은 약 9,000명의 암 환자로부터 확보한 전체 유전체 시퀀싱(WGS)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22가지 유형의 암을 대표하는 11,735개의 암 샘플에서 미생물 DNA의 흔적을 추적했으며, 인체 DNA를 제거한 뒤 남아 있는 미생물 DNA를 정밀 분석하는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했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암은 특정 미생물 패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모든 암이 고유한 미생물 지문을 갖고 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발견이다. 그러나 대장암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다른 종양과 명확히 구별될 만큼 뚜렷한 미생물 군집이 존재했다. 연구를 주도한 아브라함 기하위 박사는 “대장암의 미생물 특징은 너무도 특이적이어서 다른 암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대장암 진단과 연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대장암에 국한되지 않고, 유전체 분석이 다양한 암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넓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구강암에서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같은 특정 바이러스를 기존 검사법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정확도로 검출할 수 있었으며, 드물지만 위험한 인간 T-림프구성 바이러스-1(HTLV-1)과 같은 잠재적 발암 바이러스도 확인되었다. 이는 환자의 암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일부 육종 사례에서 특정 박테리아의 존재가 환자의 생존율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어떤 경우에는 특정 박테리아가 낮은 생존율과 연결되었지만, 반대로 다른 경우에는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미생물이 단순히 발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넘어, 향후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거나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니엘 브루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체 유전체 시퀀싱이 암 연구와 임상 현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며, 특히 기존 검사에서 놓칠 수 있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존재를 밝혀냄으로써 정밀 의학의 필수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구강암과 같은 특정 암에서 유전체 기반 검사가 긴밀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대장암의 독특한 미생물 지문을 규명함으로써 조기 진단, 치료 반응 예측, 새로운 치료법 개발 가능성까지 열어주고 있다. 나아가 전체 유전체 시퀀싱을 통한 종양 샘플의 미생물 분석은 임상적 활용도가 높고 추가 비용이 크지 않아, 향후 병원 현장에서 정밀 암 치료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발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