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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정신분열증(조현병)과 관련된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이들은 특정 희귀 뇌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되면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해당 세포의 활동을 줄였을 때 정상적인 인지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동물실험에서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euron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콘스탄틴 호도세비치 교수(코펜하겐대 생명공학연구혁신센터)는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인지 증상은 기존 치료로는 잘 개선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는 인지장애를 유발하는 뇌 발달 이상을 조기에 찾아내 예방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조현병 유사 행동을 보이는 실험용 생쥐에서 뇌 속 특정 세포의 비정상적 활동을 관찰했다. 이 세포의 활동을 화학유전학(chemogenetics) 기법으로 억제하자 생쥐의 수면 패턴과 인지 행동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흥미롭게도 이 세포는 뇌 전체에서 매우 드물게 존재하지만, 신경 간 신호 전달과 수면 조절, 인지 기능 유지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의 제1저자인 카타리나 드라기세비치 박사는 “조현병은 출생 전부터 시작된 뇌 발달 이상에서 비롯되지만, 실제 증상은 사춘기 이후에 나타난다”며 “이 시점 이전까지 뇌는 어느 정도 보상 능력을 유지하지만, 특정 시기를 기점으로 그 한계를 넘게 되면 증상이 발현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이 전환점 이전이 바로 예방 치료의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모델은 ‘15q13.3 미세결실 증후군(15q13.3 microdeletion syndrome)’이라는 유전자 결함을 가진 생쥐였다. 이 유전자는 인간에서도 조현병, 자폐증, 간질 등 다양한 신경발달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수면 중 뇌 활동을 정밀하게 관찰해 희귀 뇌세포의 과활성화가 조현병형 행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나브니트 바시스타 부교수(공동 교신저자)는 “이 세포의 활동을 줄였을 때 생쥐의 수면이 정상화되었다는 것은 해당 세포가 조현병 관련 신경 기능 장애의 핵심 열쇠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인간 대상 연구에서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밝혀진다면, 특정 뇌세포만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정밀치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조현병의 근본 원인을 뇌 발달 단계에서 규명하고, 인지장애 발생 전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향후 약물 개발로 이어질 경우, 기존의 광범위한 신경억제 치료에서 벗어나 부작용이 적고 목표 세포만을 겨냥한 ‘정밀 신경치료’의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