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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할로윈 시즌을 맞아 히치콕의 명작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브록대학교 연구진은 ‘서스펜스의 거장’을 전혀 다른 이유로 연구했다. 노화된 뇌가 사건을 인식하고 기억을 형성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브록대 ‘캠벨 신경인지노화연구실(Campbell Neurocognitive Aging Lab)’은 18세부터 88세까지의 참가자들에게 히치콕의 단편 시리즈 ‘Alfred Hitchcock Presents’ 중 ‘Bang! You’re Dead’를 보여주며,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뇌파(EEG)를 통해 뇌의 반응을 측정했다. 해당 작품은 어린아이가 장난감 총을 실제 총으로 바꾸는 긴박한 서사를 담고 있어, 현실적인 긴장감과 감정 반응을 유도하기에 적합했다.


심리학 교수이자 연구실 책임자인 캐런 캠벨(Karen Campbell) 박사는 “영화 시청은 실험실 환경에서도 일상적인 자극에 가까운 뇌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며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연속성과 감정 변화를 관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두 편의 논문을 통해 연령에 따른 뇌의 ‘신경 상태 전환(neural state transition)’ 차이를 분석했다. 첫 번째 논문은 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된 ‘자연스러운 시청 중 나이에 따른 신경 상태의 변화(Temporal dedifferentiation of neural states with age during naturalistic viewing)’로, 복잡한 사건이 진행될 때 뇌의 안정된 신경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다뤘다.


그 결과,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뇌의 신경 상태가 더 오래 유지되고, 상태 전환 속도는 느려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즉, 젊은층에 비해 뇌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할 때 반응이 느리고, 사건 간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캠벨 교수는 “이 현상은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진다”며 “긴 신경 상태는 사건을 더 넓은 맥락으로 이해하게 하지만, 순서 혼동이나 정보 중복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논문은 Cerebral Cortex에 게재된 ‘영화 시청 중 신경 상태 변화와 일화기억의 관계(Neural state changes during movie watching relate to episodic memory in younger and older adults)’다. 이 연구는 EEG를 활용해 영화 시청 중 뇌파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후 기억 회상 실험을 통해 사건 재현 능력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장면 전환 시 신경 상태 변화 폭이 클수록 참가자들의 기억 재현률이 높았다. 즉, 뇌가 사건 간 구분을 명확히 할수록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 현상은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기억력 저하를 겪는 고령층에게 적용 가능한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캠벨 교수는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소년이 총을 들고 집을 나서는 장면’처럼 사건 전환점을 명확히 인식시키면, 뇌의 신경 상태 구분이 뚜렷해지고 기억력이 향상될 수 있다”며 “이 연구를 기반으로 초기 치매 환자의 기억력을 보완하는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록대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영화라는 자연스러운 자극을 통해 노화된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신경과학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상 속 감정과 기억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이 연구는, 노화와 인지 저하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