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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머크(Merck)가 2021년 115억 달러(약 15조 원)에 인수한 액셀러론(Acceleron)의 핵심 자산이 결실을 맺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머크의 혁신 신약 ‘윈레베어(Winrevair, 성분명: 소타테르셉트)’의 제품 라벨에 새로운 임상 효능을 추가 승인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윈레베어가 폐동맥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 환자에서 입원, 폐이식, 사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포함한다. 이는 해당 질환 치료제 가운데 최초로 ‘사망 및 임상 악화 예방 효과’를 라벨에 명시하게 된 사례다.


라벨 확정의 근거가 된 것은 임상 3상 ‘제니스(Zenith)’ 연구다. 이번 연구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기능분류 III~IV 단계에 해당하는 고위험 PAH 환자 172명이 참여했으며, ‘첫 임상 악화 또는 사망까지의 시간(Time to Clinical Worsening)’을 1차 평가 변수로 설정했다. 그 결과, 윈레베어를 최대 표준요법과 병용 투여한 환자군은 위약군 대비 해당 사건 발생 위험이 76% 감소했다. 환자들은 3주 간격으로 피하주사 형태의 윈레베어를 투여받았으며, 평균 추적 기간은 10.6개월이었다.


결과가 너무도 뚜렷해 독립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는 지난해 11월 중간 분석 단계에서 조기 종료를 권고했으며, 머크에 전 환자 대상 치료 제공을 권장했다.미시간대학교 심혈관의학과의 발러리 맥러플린(Vallerie McLaughlin) 교수는 “기존 치료에도 불구하고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입원, 이식, 사망 위험은 여전히 높았다”며 “제니스 연구는 윈레베어가 차세대 표준 치료로 자리잡을 잠재력을 강력히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폐동맥고혈압은 폐의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고 좁아지면서 심장이 폐로 혈액을 공급하기 어려워지는 희귀 진행성 질환이다. 이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고, 시간이 지나면 우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윈레베어는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Activin signaling inhibitor)’로서 세포 간 신호 불균형을 조절해 혈관 병변의 진행을 막는 기전을 갖는다.


미국 내 환자 수는 약 4만 명으로 추산되며, 여성 발병률이 남성보다 높고, 주로 중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폐고혈압(PH)에서 질환이 진행되어 PAH 단계로 악화된다. 윈레베어는 2024년 3월 첫 FDA 승인을 받은 이후 빠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2분기 매출은 3억3,600만 달러로, 1분기(2억8,00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티그룹(Citi)은 제니스 연구 결과 발표 후 윈레베어의 2030년 예상 매출을 57억~61억 달러(약 7조8천억 원)로 상향 조정했다.


머크가 액셀러론을 인수할 당시 업계에서는 “과감한 베팅”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현재로선 그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윈레베어는 기존 치료제들이 증상 완화에 그쳤던 한계를 넘어, 생존율 개선과 장기 예후 향상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머크 연구진은 “이번 라벨 확장은 PAH 환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며 “앞으로 윈레베어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입원과 이식, 사망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글로벌 접근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폐동맥고혈압은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 비용과 사망률이 매우 높아, 윈레베어의 상업적 가치 또한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머크가 이번 성과를 계기로 희귀심혈관질환 영역에서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