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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연구진이 매독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기존에 3회 투여가 표준으로 사용되어온 항생제 ‘벤자틴 페니실린 G(benzathine penicillin G, BPG)’ 요법이 사실상 한 번의 주사만으로도 동일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결과가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임상시험은 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주관한 다기관 3상 연구로, 미국 내 10개 의료기관에서 총 249명의 초기 매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초기 매독은 1차, 2차, 잠복 초기 단계를 포함한다. 참가자의 64%는 HIV 감염인이었으며, 97%가 남성이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은 240만 단위(MU)의 BPG를 1회 근육주사로 투여받았고, 다른 그룹은 동일한 용량을 1주 간격으로 총 3회 주사받았다. 치료 후 6개월 시점에서 혈청학적 반응(serologic response)을 평가해 치료 성공 여부를 판정했다.

그 결과, 1회 주사군의 76%가 혈청학적으로 완전한 치료 반응을 보였으며, 3회 투여군은 70%로 나타나 두 군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HIV 감염 여부에 따른 효과 차이 역시 관찰되지 않았다.

NIAID의 성매개감염 연구책임자 캐럴린 딜(Carolyn Deal) 박사는 “벤자틴 페니실린 G는 여전히 매독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항생제지만, 3회 주사 요법은 환자들에게 부담이 크고 치료 중단율도 높다”며 “이번 연구는 단 한 번의 주사로도 동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둠(Treponema pallidum)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하는 성매개감염(STI)이다. 미국에서만 2023년 한 해 동안 매독 환자가 20만 9,253명, 선천성 매독이 3,882명 보고되었다. 이는 2019년 대비 각각 61%, 108% 증가한 수치로,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재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치료받지 않을 경우 신경계와 주요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며, 임신 중 감염 시 유산과 선천성 기형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매독 감염자는 HIV 감염 위험 역시 크게 증가한다.

연구진은 이번 임상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 한 명의 환자에게서 치료 시작 3일 후 신경매독 의심 증상이 나타나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세 건의 중증 이상사례가 보고되었으나 약물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앨라배마대학의 에드워드 후크(Edward W. Hook III) 교수는 “BPG가 매독 치료에 사용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이번 연구는 여전히 기존 치료법을 단순화하고 최적화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이번 결과가 매독 예방 및 조기 진단 기술 발전과 함께 더 큰 임상적 진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IH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초기 매독 환자에 한해 단회 BPG 240만 단위 요법이 기존 3회 요법과 동등한 치료 효과를 지닌다는 강력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잠복기 후기나 신경매독 등 다른 단계의 환자군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벤자틴 페니실린 G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잦아, 현재 미국에서도 수입을 통해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공식 치료 지침에 반영될 경우, 매독 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