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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방세포에서 지방을 분해하는 핵심 효소로 알려진 호르몬 민감성 리파아제(Hormone-Sensitive Lipase, HSL)가 지방세포 핵 속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단순히 중성지방을 분해하는 대사 효소가 아니라, 지방조직의 구조 유지와 에너지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핵 내 조절因’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생쥐와 인간 지방세포를 대상으로 수행된 다기관 공동연구 결과로, HSL 결핍 시 지방조직이 오히려 사라지는 ‘이상역설적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연구팀은 “HSL이 효소로서의 역할 외에도 핵 안에서 세포 구조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HSL은 그동안 지방세포 내 지질방울(lipid droplet)에 존재하며 저장된 트라이아실글리세롤(triacylglycerol, TG)을 지방산으로 분해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HSL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나 사람에서 지방이 축적되는 대신 지방이 소실되는 ‘리포디스트로피(lipodystrophy)’ 현상이 보고되면서, 기존의 단순한 지방분해 모델로는 설명되지 않는 생리적 모순이 제기돼왔다.


연구진은 HSL의 세포 내 위치에 주목했다. 다양한 형질전환 생쥐 모델을 통해 HSL이 단순히 세포질에만 존재하지 않고 지방세포 핵(nucleus)에도 존재함을 확인했다. 특히 HSL이 핵에 존재하지 않도록 조작한 생쥐는 정상적인 지방조직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방세포가 위축되며 대사 장애를 보였다. 반대로 세포질에만 국한된 HSL 역시 동일한 이상을 나타냈다.


인간 유래 지방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HSL 발현을 침묵화(silencing)하면 미토콘드리아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가 억제되고,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의 발현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HSL이 효소 활성이 없어도 세포 대사와 구조 조절에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분자적 기전 분석 결과, HSL은 TGF-β(Transforming Growth Factor-β) 신호전달의 핵심 매개체인 SMAD3 단백질과 결합해 핵 내로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대로 HSL이 인산화되면 핵에서 빠져나와 세포질로 이동했다. 이는 HSL의 위치가 대사 상태에 따라 동적으로 조절됨을 시사한다.


실제로 생쥐 실험에서 고지방 식이(high-fat feeding) 상태에서는 HSL이 지방세포 핵 안에 축적되었고, 반대로 단식(fasting) 시에는 핵 외부로 이동하는 패턴이 관찰됐다. 즉, 영양 상태에 따라 HSL이 세포질과 핵 사이를 오가며 지방조직의 구조적·대사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HSL이 단순히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아니라, 지방세포의 정체성과 기능을 유지하는 이중적 조절자(double regulator)”라며 “핵 내 HSL의 존재는 지방조직의 퇴행성 질환, 특히 비만이나 지방이상증의 분자 기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또한 HSL과 TGF-β/SMAD3 경로 간의 상호작용이 지방세포 리모델링, 섬유화, 에너지 대사 불균형 등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연관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향후 이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은 지방 조직을 회복시키거나 비만으로 인한 대사 장애를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HSL은 그동안 단순한 지방분해 효소로만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지방세포의 핵심 전사 조절因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는 대사질환 치료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