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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폐암 치료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항암제 내성이다. 특히 진행성 폐암의 경우,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에도 불구하고 내성이 빠르게 생겨 치료 실패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한 내성의 주요 원인으로는 종양미세환경(TME, Tumor Microenvironment) 속에서 암세포의 생존을 돕는 암연관섬유아세포(CAFs, Cancer-Associated Fibroblasts)의 존재가 지목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암세포와 CAFs를 동시에 제거하면서 종양미세환경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치료법은 거의 없었다.


최근 연구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단백질 분해 기술을 활용한 ‘PROTAC(Proteolysis Targeting Chimera) 기반 나노신약’을 개발해 폐암세포와 CAFs를 동시에 공격하고, 약물 내성까지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신약PLMPD(Platelet–Lung cancer hybrid Membrane coated PLGA nanoparticles loaded with dBET6)로 명명됐다. 구조적으로는 PROTAC 화합물인 dBET6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생체적합 고분자 PLGA(Poly(lactic-co-glycolic acid))에 탑재하고, 그 표면을 혈소판과 폐암세포에서 유래한 하이브리드 세포막으로 감싸 제작됐다. 이 독특한 ‘위장형 나노입자’는 체내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며, 폐암세포와 CAFs 두 세포군 모두를 표적화할 수 있는 이중 타깃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연구 결과, PLMPD는 시험관 내 실험에서 폐암세포와 CAFs 모두에 강력한 세포사멸(apoptosis)을 유도했으며, 특히 표적치료제 오시머티닙(Osimertinib)에 내성을 지닌 폐암세포에서도 현저한 성장 억제 효과를 보였다. 이는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던 내성 폐암에도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로 평가된다.


실제 생쥐 이식종양 모델(in vivo)에서도 PLMPD의 탁월한 항암 효과가 입증됐다. 체내 주입 후 PLMPD는 종양 부위로 선택적으로 축적되었으며, 종양 크기를 현저히 감소시키는 동시에 종양 촉진성 미세환경을 억제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특히 CAFs의 활성이 감소하면서 종양 내 혈관 구조와 산소 공급이 정상화되고, 면역세포의 침투가 증가하는 등 항암 반응이 강화되는 결과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PLMPD는 단순히 암세포를 죽이는 수준을 넘어, 종양 주변 환경 자체를 치료에 유리한 상태로 되돌리는 ‘이중 치료 효과’를 갖춘 차세대 항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세포가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의 핵심인 CAFs를 동시에 제거함으로써 장기적인 치료 지속성과 재발 억제 가능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PROTAC 기술은 단백질 분해를 유도해 기존 약물로는 조절이 어려운 단백질을 제거하는 신개념 치료 전략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약물 기술이다. 이번 연구는 PROTAC을 나노의약(Nanomedicine) 플랫폼과 융합해 표적성과 치료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PLMPD는 기존 PROTAC 약물의 한계로 지적돼온 낮은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과 짧은 순환시간을 극복했다. 하이브리드 세포막 코팅을 통해 면역 회피 능력을 확보했으며, 약물이 종양 부위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 부작용은 최소화되고, 표적 조직 내 약물 농도는 기존 대비 크게 향상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폐암에서의 PROTAC 기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 PLMPD 플랫폼을 확장해 유방암, 췌장암 등 내성 발생률이 높은 고형암에서도 응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를 “항암제 내성 극복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했다. 폐암 환자뿐 아니라, 종양미세환경이 내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암종에서 PROTAC-나노의약 융합 플랫폼이 차세대 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