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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만국립대학교 연구진이 미국 연구팀과 함께 발표한 최신 연구에서, 피부 속 지방세포(adipocyte)의 지방분해(lipolysis) 과정이 모낭의 줄기세포를 활성화해 새로운 모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Cell Metabolism에 게재되었으며, 모발 재생의 근본 기전을 지방 대사와 연관 지은 첫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탈모가 진행된 두피에서도 모낭 자체는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위축되어 가늘고 약한 머리카락만을 생산하다 결국 성장이 멈춘다. 그러나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이 위축된 모낭에도 여전히 줄기세포가 존재하며, 이들을 다시 ‘깨우는’ 방법만 찾는다면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져 있었다.


피부는 지방이 풍부한 기관으로, 피하조직의 지방은 단순한 완충층 이상의 기능을 한다. 지방세포는 호르몬, 염증물질, 성장인자 등을 분비해 표피 및 모낭과 긴밀히 상호작용한다. 연구진은 이 같은 지방조직과 모낭세포 간의 대사적 신호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모발 재생을 유도하는지 규명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생후 49일 된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는 모낭이 휴지기(telogen phase)에 접어드는 시기로, 자연 상태에서는 약 6주 동안 모발이 자라지 않는 시점이다. 연구진은 이 시점에 생쥐의 피부에 7.5% 농도의 음이온계 계면활성제인 SDS를 도포해 경미한 피부염을 유발하거나, 레이저로 경도 열손상을 가해 염증 반응을 일으켰다.


피부 표면에서는 홍반과 각질이 생기고, 며칠 뒤 모낭 주변에서 새로운 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현미경 분석 결과, 진피 지방층의 지방세포가 빠르게 지방을 분해하면서 크기가 작아졌고, 중성지방 수치는 낮아진 반면 자유지방산의 농도는 상승했다. 이는 지방분해가 활발히 일어났다는 신호였다.


지방분해를 유도하는 핵심 효소인 ATGL을 약물로 억제하거나 유전자적으로 제거했을 때, 모발의 재생이 중단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즉 지방세포의 지방분해 과정이 모발 성장의 필수 조건임이 입증된 셈이다. 흥미롭게도 교감신경계의 자극이나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이러한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염증 반응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TNFα나 IL-1을 각각 결핍시킨 실험에서도 지방분해와 모발 재생은 유지되었으나, 전반적인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했을 때는 지방분해가 억제되고 모발이 자라지 않았다. 이로써 염증 자체가 아닌, 염증으로 인해 활성화된 대사 신호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면역세포 중에서도 대식세포(macrophage)가 주요한 조절자로 작용했다. 대식세포를 제거하자 지방세포에서의 지방분해가 억제되고, 모발 재생도 중단되었다. 반면, 호중구나 적응면역계가 결여된 생쥐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대식세포–지방세포–모낭 줄기세포 축(macrophage–adipocyte–stem cell axis)’이라고 명명하며, 외상이나 자극으로 인한 염증 신호가 지방분해를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단일불포화지방산(monounsaturated fatty acid)이 모낭 줄기세포를 자극해 재생을 촉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일불포화지방산을 국소 도포했을 때 생쥐에서 모발 성장이 촉진되는 결과도 확인됐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인간 피부를 대상으로 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실험에서 관찰된 SAA3 단백질이 인간에서는 SAA1/2가 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인체 적용 가능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발견은 단순한 염증이나 손상 반응이 아닌, 지방세포의 대사 변화를 매개로 한 새로운 모발 재생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피부 속 지방조직의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휴면 상태의 모낭 줄기세포를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탈모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