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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맹독성 뱀들의 독을 무력화할 수 있는 ‘라마·알파카 유래 항체 기반 광범위 해독제’가 개발됐다.

이번 연구는 10월 30일 국제 학술지 Nature에 게재됐으며, 기존 말혈청(馬血清) 기반 항독소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항독소를 실험용 생쥐에 투여한 결과,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17종의 맹독성 엘라피드(Elapid) 계열 뱀 독을 중화시키고, 독에 의해 발생하는 피부 손상과 괴사를 현저히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뱀 물림은 전 세계적으로 과소평가된 공중보건 문제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매년 약 30만 건의 뱀 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그중 2만여 명이 사망하며 1만 명 이상이 절단 장애를 겪는다. 현재 사용 중인 해독제는 말이나 양 등 대형 동물에 미량의 뱀독을 주입해 항체를 유도한 뒤, 혈장을 추출해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제조된 항독소는 특정 종의 뱀독에는 효과적이지만, 다른 뱀의 독에는 효력이 거의 없다.


또한 말혈청에는 인간의 면역체계가 ‘이물질’로 인식하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어 알레르기 반응이나 과민면역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해독제는 독에 의해 손상된 국소 조직 괴사를 막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덴마크 공과대학교(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의 생명공학자 앤 융가르스(Anne Ljungars) 박사는 “뱀에 물린 환자가 어떤 종의 뱀에게 물렸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신속한 치료의 걸림돌”이라며 “하나의 해독제가 여러 종의 뱀독을 중화할 수 있다면 현장 의료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라마(Llama)와 알파카(Alpaca)의 독특한 면역체계에 주목했다.

이 낙타과 동물들은 ‘나노바디(Nanobody)’라 불리는 매우 작은 항체 조각을 만들어내는데, 이들은 일반 항체보다 훨씬 작고 유연해 세포 조직 깊숙이 침투해 독성 단백질과 직접 결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두 동물에게 아프리카에서 가장 치명적인 엘라피드과 뱀 18종의 독소를 노출시켜 면역반응을 유도했다. 이후 생성된 수백 개의 나노바디 중 가장 강력하고 다중 독소에 반응하는 8종을 선별해 ‘칵테일형 항독소’를 제작했다.


엘라피드과에는 코브라(Cobra), 맘바(Mamba), 링칼스(Rinkhals) 등 독성이 강한 뱀들이 포함된다.

개발된 항독소를 생쥐에 주입한 결과, 18종 중 17종의 독소를 완전히 중화했으며, 기존의 상용 항독소인 ‘Inoserp PAN-AFRICA’보다 뛰어난 생존율과 조직 보호 효과를 보였다. 특히 피부 조직의 괴사 범위가 크게 줄고 염증 반응이 완화되는 등, 국소 손상 방지 측면에서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다양한 뱀의 독을 모두 무력화할 수 있는 ‘광범위 항독소(broad-spectrum antivenom)’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 이유는 뱀 독이 단일 물질이 아니라 최대 100종 이상의 독성 단백질이 섞인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단 8종의 나노바디로 대부분의 주요 독소를 중화할 수 있음을 입증하면서, “불가능할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었다. 연구진은 “이제 광범위 항독소 개발이 현실적인 목표가 되었다”며 “앞으로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동물혈청 중심의 전통적 항독소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적 성과”로 평가했다. 낙타과 동물에서 유래한 나노바디는 인간과의 면역학적 상호작용이 적어 부작용 위험이 낮고, 생산 공정이 단순해 대량생산과 가격 절감이 용이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나노바디 항독소를 유전자재조합(recombinant) 기반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확립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