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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식 발작으로 기도가 점액으로 막혀 호흡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열렸다. 항염증 주사제 ‘듀피젠트(Dupixent, 성분명 듀필루맙)’가 기도 내 점액 덩어리를 줄이고 호흡 기능을 개선했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덴마크 코펜하겐 비스페비에르 병원(Bispebjerg Hospital)의 천식 전문의 셀레스테 포스비예르그(Celeste Porsbjerg) 교수는 “중등도 이상 천식 환자에게 점액이 기도에 쌓이면 호흡이 막혀 심각한 천식 발작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며 “듀피젠트가 이러한 점액 폐쇄를 현저히 줄여 호흡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호흡기에 점액은 존재하지만, 보통은 감기나 독감 때 일시적으로 늘어나 불편감을 주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천식 환자에게는 이 점액이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기도의 염증 반응으로 점액 분비가 과도해지고, 그 덩어리가 공기 통로를 막으면 호흡곤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알레르기·천식 네트워크(Allergy & Asthma Network)’의 연구책임자인 디디 가드너(De De Gardner)는 “천식 발작 시 점액이 기도에 걸려 뱉어내지 못하면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 치료 대안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듀피젠트는 원래 2017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처음 승인받은 생물학적 제제다. 이후 천식, 부비동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 치료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약물은 체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신호를 차단해 면역계를 과도하게 억제하지 않으면서 염증을 완화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100명 이상의 중등도~중증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해, 절반에게는 듀피젠트를 2주마다 24주간 투여하고 나머지 절반은 위약(placebo)을 투여했다.


그 결과, 듀피젠트를 맞은 환자군에서 점액으로 인해 심하게 막혀 있던 기도 비율은 치료 전 67%에서 치료 후 33%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위약군에서는 치료 전 73%, 치료 후 77%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또한 호기에서 측정한 산화질소 수치(exhaled nitric oxide)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면서, 기도 염증이 완화되고 있다는 생리학적 지표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듀피젠트 투여 4주 만에 점액 축적과 염증이 동시에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이는 천식의 병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약물의 가격은 여전히 부담으로 지적된다. 듀피젠트 300mg 주사 두 대 분량의 한 달치 약가가 약 3,900달러(한화 약 530만 원)에 달한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흡입제나 경구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이 없던 중증 천식 환자들에게는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선택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천식 치료의 패러다임이 ‘염증 조절’에서 ‘점액 제거 및 기도 개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듀피젠트가 면역계 전체를 억제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염증 단백질을 차단하기 때문에 장기 사용 시 부작용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포스비예르그 교수는 “천식 환자의 호흡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은 단순한 기관지 수축이 아니라 점액 축적임을 이번 연구가 명확히 보여줬다”며 “듀피젠트는 단순 증상 완화를 넘어 기도 내부의 병리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