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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바이오기업 리제네론(Regeneron Pharmaceuticals)이 선천성 유전성 난청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치료제 ‘DB-OTO’의 최신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데이터는 미국이비인후과학회(AAO-HNS)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으며, 리제네론은 올해 안에 FDA 승인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DB-OTO는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유전자치료제로, 리제네론이 1억900만 달러(약 1,500억 원)에 인수한 디시벨 테라퓨틱스(Decibel Therapeutics)가 개발한 파이프라인이다. 이 치료제는 내이(Inner Ear) 유모세포(hair cell)의 시냅스 전달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OTOF 유전자 변이를 교정해, 정상적인 청각 신호 전달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리제네론이 공개한 1/2상 CHORD 임상시험 중간 결과에 따르면, DB-OTO를 투여받은 12명의 아동 중 9명이 1차 유효성 기준(primary endpoint)을 충족했고, 2명은 기준에 다소 못 미치지만 청력 향상을 보였다. 단 한 명만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3명의 아동은 양쪽 귀에 치료를 받았으며, 24주(약 6개월) 후 명확한 청력 회복이 확인됐다. 일부 환자는 48주 시점에도 지속적인 청력 향상 추세를 보여 장기적 효과 가능성도 제시됐다.


콜롬비아대학 이비인후과학과장 로렌스 러스티그(Lawrence Lustig) 교수는 “DB-OTO는 단순히 인공적 소리를 들려주는 인공와우(cochlear implant)와 달리, 귀의 자연 청각 메커니즘을 되살리는 치료제”라며 “이는 청각재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표준 치료인 인공와우는 전기 신호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계적인 음색이 한계다. 러스티그 교수는 “DB-OTO는 생리학적으로 정상적인 소리 인식을 회복시켜,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음색과 언어 인지 능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청각장애 아동의 언어 발달은 치료 시기에 크게 좌우된다. 생후 18개월 이전 인공와우를 이식받으면 정상에 가까운 발달을 보이지만, 3~4세 이후에는 언어 습득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스티그 교수는 “DB-OTO를 투여받은 4세 아동 한 명이 단 24주 만에 인공와우 환자보다 빠른 언어 회복 속도를 보였다”며 “이 같은 속도는 의료진에게도 놀라운 결과였다”고 밝혔다.


또한 DB-OTO를 투여받은 환자 전원이 아직 음악 인지 평가를 받을 나이는 아니지만, 모든 언어 평가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아동들이 성장함에 따라 정상 청력자 수준의 청각 품질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B-OTO는 귀 안쪽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시술 절차는 인공와우 수술과 거의 동일하다. 일부 환자에서 수일간의 일시적 어지럼증이 보고됐지만, 장기적인 평형 기능 이상이나 중대한 부작용은 없었다. 임상 중 발생한 67건의 이상반응 중 25%는 시술 과정과 관련이 있었으며, 대부분 경미하거나 일시적이었다. 한 환자에서는 고주파수 청력 저하가 일시적으로 관찰됐으나, 이는 수술 후 감염이나 염증으로 추정됐고, 스테로이드 치료 후 청력이 회복됐다.


리제네론 측은 “이번 사례를 통해 향후 유사한 염증 반응을 예방할 수 있는 임상 관리 프로토콜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DB-OTO의 대상 질환은 매년 30~50명가량의 아동이 진단받는 초희귀 유전성 난청이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번 성과는 유전성 청각장애 전반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러스티그 교수는 “DB-OTO는 단일 질환을 넘어, 다양한 유전자 변이에 따른 난청 치료의 ‘증명 모델(proof of concept)’이 될 것”이라며 “이번 결과가 청각유전자치료 분야 전반의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제네론은 현재 FDA와의 사전 논의 절차를 마친 후, 올해 안에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을 제출할 계획이다. 승인 시 세계 최초의 유전자 기반 청각 회복 치료제로 상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