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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이 약 1만 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추적 연구에서 만 15세 이전에 술·담배·대마초 등을 사용한 청소년은 뇌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물질을 사용하기 이전부터 이미 뇌 구조 차이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기 약물 사용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NIH 산하 약물남용연구소(NIDA)가 주도하고 9개 정부 기관이 공동 지원한 청소년 뇌 인지발달 연구(ABCD Study)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9~11세 미국 아동 9,804명을 MRI로 촬영해 ‘기준선(baseline)’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후 3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3,460명(35%)이 15세 이전에 알코올·니코틴·대마초 등 물질 사용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그룹 중 90.2%는 알코올을, 61.5%는 니코틴을, 52.4%는 대마초를 사용했으며, 상당수가 복수의 물질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MRI 분석 결과, 이들의 뇌에서는 총 44개의 구조적 차이가 발견됐다. 이 중 5가지는 뇌 전체(global level)에서, 39가지는 특정 영역(region level)에서 관찰됐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피질의 두께(cortical thickness)와 관련된 부분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또한 총 뇌 부피(total brain volume)와 피질하 부피(subcortical volume)가 물질 사용군에서 더 크게 나타났으며, 특정 영역에서는 감정 조절·충동성·보상 인식과 관련된 구조의 형태학적 차이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로, 물질 사용 이전에 이미 뇌 구조 차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추가 분석에서, MRI 촬영 당시(9~11세)에 물질 사용 경험이 전혀 없던 1,203명의 청소년을 따로 분리해 비교했음에도, 이들 중 나중에 물질 사용을 시작한 그룹은 여전히 비사용자 대비 유의한 구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약물 사용이 뇌 구조를 바꾸는 결과”일 뿐만 아니라, “선천적 뇌 구조 차이가 약물 사용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NIDA의 노라 볼코프(Nora Volkow) 소장은 “이번 결과는 개인의 뇌 구조가 유전적 요인, 환경적 노출, 신경학적 특성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약물 사용의 위험성과 회복력(resilience)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다요인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향후 청소년 약물 예방 전략 수립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차이가 나타난 뇌 영역 중 상당수가 감각 추구(sensation-seeking)와 충동 조절(impulsivity)과 관련된 부위임을 확인했다.

이는 “왜 일부 청소년이 더 일찍 약물 사용을 시작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신경학적 단서를 제공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뇌 구조만으로 약물 사용 여부를 예측하거나 진단에 활용할 수는 없다”며, “유전, 환경, 사회적 요인 등과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와 별도로, 미시간대학 연구팀이 동일한 ABCD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소년기의 뇌 기능 연결성(brain connectivity)이 물질 사용 시작 시점과 연관돼 있으며, 특히 대기오염 등 환경 요인이 이러한 뇌 기능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즉, 유전적 소인 + 환경적 노출 + 뇌 구조의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청소년기 약물 사용 위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워싱턴대학의 알렉스 밀러(Alex Miller) 박사는 “ABCD 연구는 뇌 구조와 약물 사용 간의 양방향 관계(bidirectional relationship)를 이해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라며 “이 데이터를 통해 향후 중독 발생 메커니즘을 예측하고, 개입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