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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 환자를 위한 심리치료는 반드시 얼굴을 맞대야 효과가 있을까.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School of Medicine) 연구팀은 문자 메시지를 활용한 비대면 심리치료가 화상상담과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의학저널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연구는 온라인 정신건강 플랫폼 ‘톡스페이스(Talkspace)’를 통해 치료를 받은 성인 8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뉘어 12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 한 그룹은 주 1회 실시간 비디오 심리상담을, 다른 그룹은 메시지를 통한 비동기식 상담을 진행했다.


6주차 치료 후에도 증상 호전이 없는 일부 참가자는 두 방식을 병합한 혼합치료 그룹으로 재배정됐다. 최종적으로 모든 그룹에서 우울증 증상과 사회적 기능 개선 정도를 측정한 결과, 문자 기반 치료와 화상상담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공동저자인 패트리샤 아레안(Patricia A. Areán) 워싱턴대 정신의학과 명예교수는 “환자들이 상담사와 문자로 대화하든 화상으로 만나든, 회복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이는 매년 수백만 명이 겪는 우울증 치료에서 메시지 기반 심리치료가 충분히 과학적 근거를 가진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흥미로운 차이점도 발견했다. 화상상담을 받은 환자 중 일부는 치료 초기 단계에서 중도 포기율이 다소 높았던 반면, 문자 기반 치료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적어 환자들이 상담에 더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논문의 주저자인 마이클 풀만(Michael Pullmann) 전 워싱턴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장애와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지만, 시간적 여유나 거리 문제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며 “메시지 기반 치료는 이러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워싱턴 D.C.의 환자중심연구소(PCORI)에서 실용적 치료 모델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확대된 원격심리치료의 방향성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나 이동이 어려운 환자에게 문자 기반 상담이 새로운 치료 창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보험 제도 개선을 통해 메시지 기반 심리치료에 대한 보상이 확대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레안 교수는 “치료의 본질은 대화의 형식이 아니라, 그 대화가 환자에게 얼마나 지속적으로 연결되는가에 달려 있다”며 “텍스트 기반 치료는 치료의 문턱을 낮추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언택트 시대의 정신건강 관리’라는 흐름 속에서 디지털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제 정신건강 서비스는 단순한 영상 통화를 넘어, 환자의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문자 한 줄의 상담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