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ockphoto-522241337-612x612.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팀이 FDA 승인 진통제 두 종류 부피바카인(bupivacaine)과 리메게판트(rimegepant)가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악성 골육종(osteosarcoma)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으며, 기존의 ‘통증 치료제’가 항암제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골육종은 뼈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악성종양으로, 신경세포가 종양 내부로 침투하며 통증을 유발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말초 감각신경(peripheral afferent neuron)이 종양 주변에 새로운 신경망(innervation)을 형성하고, 동시에 혈관신생(angiogenesis)을 촉진해 암세포의 성장과 확산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연구팀은 신경전달 단백질인 CGRP(칼시토닌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TrkA(트로포미오신 수용체 키나아제 A), NGF(신경성장인자)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을 탐색했다. 이 세 단백질은 신경이 종양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암의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핵심 경로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국소마취제 부피바카인과 편두통 치료제 리메게판트가 이 신경-종양 경로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두 약물은 각각 CGRP 신호 억제와 신경차단 작용을 갖고 있어, 종양 내 신경 형성을 막을 가능성이 있었다. 실험용 생쥐에 골육종 유사 종양을 이식한 뒤 두 약물을 투여한 결과, 종양 내 신경 및 혈관 형성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암의 성장 속도와 전이 빈도 역시 유의미하게 둔화됐다. 연구를 주도한 소우미야 라메시(Sowmya Ramesh) 박사는 “이 약물들이 단순히 통증을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종양 자체의 성장 기전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인간 골육종 치료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TrkA-NGF 신호 경로는 과거 같은 연구실에서 뼈 재생을 촉진하는 핵심 인자로 연구돼 왔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애런 제임스(Aaron James) 교수는 “과거에는 골절 회복을 위해 NGF-TrkA 신호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이 신호를 억제해 종양 내 신경 및 혈관 형성을 차단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즉, ‘뼈를 회복시키는 신호’가 종양 환경에서는 암 성장의 연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TrkA 신호를 유전적으로 차단한 생쥐 모델을 제작해 신경 성장과 종양 진행 간의 관계를 확인했다. 그 결과, TrkA가 억제된 생쥐는 신경 신생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고, 종양의 성장과 전이 속도도 현저히 느렸다. 또한 생존 기간이 유의하게 연장되었으며, 종양 관련 대식세포(tumor-associated macrophage)의 수가 크게 줄었다. 이러한 대식세포는 암세포 성장, 혈관생성, 면역억제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TrkA 억제가 면역환경 개선 효과까지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이어서 사람의 골육종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모든 표본에서 NGF-TrkA 결합 활성화와 그에 따른 신경·혈관 성장 증가가 확인됐다. 또한 척수 신경절(DRG)에서 채취한 신경세포를 분석한 결과, 종양 통증을 호소한 환자들의 세포에서는 CGRP 활동 및 염증 반응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사람의 골육종에서도 CGRP에 의한 NGF-TrkA 신호 활성화가 통증뿐 아니라 암 성장과 전이의 핵심 요인임을 뒷받침한다.


최종적으로 연구팀은 생쥐 모델을 이용해 두 약물의 병용 효과를 검증했다. 부피바카인과 리메게판트를 함께 투여한 그룹에서는 종양 내 신경 및 혈관 형성이 크게 줄었으며, 종양 성장률과 통증 지수 모두 현저히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미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신속히 임상 전환이 가능하다”며 “향후 인간 골육종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 통증의 원인을 단순한 신경 반응이 아닌, 암 성장의 한 축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암세포의 성장 환경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전략적 접근이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신경-종양 상호작용의 세부 기전을 규명하고, 신경 억제 기반 항암 치료법의 임상 가능성을 평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