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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부모가 장기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를 처방받고 있을 경우, 그 자녀 역시 향후 오피오이드 처방을 지속적으로 받을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단순한 유전적 요인이 아닌 가정 내 약물 사용 습관과 의료 이용 행태가 자녀의 약물 사용 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의 안나 마르쿠치(Anna Marcuzzi)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PLOS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2006~2008년과 2017~2019년 사이 진행된 ‘청소년 건강 연구(Young-HUNT)’에 참여한 21,470명을 7년간 추적 조사했다. 참가자는 13세부터 29세까지의 청소년·청년층으로,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같은 연구에 참여한 가정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의 건강 데이터와 노르웨이 의약품 처방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분석한 결과, 전체 참가자의 24.4%가 한 번 이상 오피오이드를 처방받았고, 1.3%는 1년 중 최소 3분기 이상 오피오이드를 처방받는 ‘지속적 처방군’에 속했다. 특히 부모의 오피오이드 처방 여부가 자녀의 처방 패턴과 뚜렷한 연관을 보였다.

 

어머니가 5년 이상 지속적으로 오피오이드를 처방받은 경우, 자녀의 지속적 오피오이드 처방 위험은 2.6배 증가했으며, 아버지가 장기 복용한 경우에도 위험이 2.37배 높았다. 부모가 간헐적으로 처방받은 경우에도 자녀의 위험이 다소 증가해, 어머니의 경우 1.34배, 아버지는 1.19배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관성은 부모의 근골격계 질환 여부와 무관했으며, 단순히 통증이 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약물 사용 패턴 자체가 자녀의 약물 접근성과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마르쿠치 박사는 “이번 결과는 청소년 및 청년층의 불필요한 오피오이드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가족 단위의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부모의 의료 이용 행동과 약물 사용이 자녀의 위험 인식, 처방 요구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한 “노르웨이처럼 처방 관리가 엄격한 국가에서도 청소년 4명 중 1명이 오피오이드를 한 번 이상 처방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단순히 의료 제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가정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오피오이드 남용 문제의 조기 예방 차원에서 중요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청소년기 오피오이드 노출은 뇌의 보상 회로를 변화시켜 의존성과 내성을 촉진할 수 있으며, 부모가 만성 통증이나 불면 등의 이유로 장기 복용할 경우 자녀가 이를 ‘일상적 해결 방법’으로 학습할 위험이 높다.

 

연구진은 정책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의료진이 청소년 처방 시 가족 병력과 부모의 약물 사용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부모가 장기 복용 중이라면 자녀에게 운동, 심리치료 등 비약물적 통증 관리법을 병행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TNU 연구팀은 “부모와 자녀 간 오피오이드 처방의 상관관계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세대 간 약물 사용 패턴의 전이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향후 유전적·사회경제적 요인을 통합한 가정 단위 위험 예측 모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