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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세포치료 산업이 오랫동안 꿈꿔온 목표는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세포치료제’였다. 그러나 뛰어난 과학이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기까지는 기술적, 경제적 한계가 컸다. 복잡한 유전자 조작이나 긴 제조공정은 대량생산의 장벽으로 작용하며, 환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이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한 기업이 중국 기반의 아이리진(iRegene)이다.


아이리진은 최근 파킨슨병 치료용 iPSC(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제 ‘누브뉴001(NouvNeu001)’로 미국 FDA와 중국 NMPA 양국에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특히 2025년 8월 15일에는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Fast Track Designation)을 획득하며, 세계 최초의 동종 iPSC 기반 파킨슨병 세포치료제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누브뉴001은 유전자 편집이 아닌 ‘화학유도(Chemical Induction)’ 기술로 분화 과정을 조절한다. 이는 특정 화합물을 통해 세포 전사인자를 조절함으로써, 복잡한 복제나 바이러스 벡터 단계를 생략하고 효율적으로 세포를 변환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은 생산공정을 단축하고 비용을 낮추며, 본질적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치료제’로 이어진다.


아이리진의 CEO 웨이 준(Dr. Jun Wei)은 국제 파킨슨병·운동장애학회(MDS)에서 발표한 임상 1상 결과를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모두 입증했다. 치료 후 15개월간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상태에서도 심각한 이상반응이 없었으며, PET 영상에서 이식된 세포의 생착과 장기 생존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고용량 및 저용량 투여군 모두에서 MDS-UPDRS III(운동기능 평가척도) 점수가 50% 이상 개선되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누브뉴001의 안전성은 ‘비유전자편집(non-GMO)’ 접근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세포치료제는 영구적인 유전자 변형을 포함해 잠재적 종양 발생 위험이 제기되지만, 아이리진은 화학물질로만 세포 전환을 유도하고 이후 완전히 제거해 유전적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이로써 장기적 면역반응이나 종양화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시술 과정에서도 혁신이 드러난다. 아이리진은 고순도의 A9 도파민 전구세포를 만들어 양쪽 뇌의 후방선조체에 각각 한 번씩만 주입하는 단일 경로 스테레오택틱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기존의 다중 삽입 방식보다 조직 손상이 적고, 시술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리진의 비전은 파킨슨병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AI + 화학유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수의 iPSC 치료 파이프라인을 확장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로는 다계통위축증(MSA) 치료제 ‘누브뉴004’, 조기발병형 파킨슨병용 ‘누브뉴003’, 그리고 망막변성질환 대상의 안과용 치료제 ‘누브사이트001’이 있다. 특히 누브사이트001은 2024년 FDA 희귀의약품지정(ODD)을 받아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아이리진의 행보는 세포치료 산업의 본질적 난제를 해결한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복잡한 유전자조작 대신 화학유도라는 간결한 기술을 선택함으로써, 연구실의 혁신을 산업적 현실로 끌어올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FDA 패스트트랙 지정을 “파킨슨병뿐 아니라, 전 세계 세포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