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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암’으로 불린다.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말기에서야 진단되는 만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암이지만 기존 진단법은 침습적이거나 비용 부담이 커 검진 자체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학계에선 단 한 번의 호흡만으로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 기술이 개발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을 비롯한 유럽 연구진은 호흡 속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분석해 췌장암 여부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VOCs는 암세포가 대사 과정에서 내뿜는 특정한 화학 물질로, 혈액이나 조직이 아닌 ‘호흡’만으로 이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실제로 췌장암 환자의 숨결 속에서 특정 VOC 패턴이 일관되게 검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인공지능(AI) 기반 분석을 통해 약 80~90% 수준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이는 초기 진단 알고리즘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기존의 MRI, CT, 내시경초음파 등 고비용·고통의 진단 과정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어 큰 기대를 모은다. 특히 고위험군(가족력, 만성췌장염, 당뇨 동반자 등) 환자에게 간편하고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침습적 선별검사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호흡 기반 진단은 채취가 간편하고, 검사 결과 도출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도 대규모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과의 연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VOC 패턴은 개인의 식습관, 흡연 여부, 환경적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데이터 표준화와 오탐률 최소화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췌장 질환(양성 종양, 염증 등)과의 정확한 감별진단 기능도 확보되어야 한다. 연구진은 후속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알고리즘 정교화를 진행 중이며, 향후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10% 미만으로, 조기 발견이 생명을 가르는 핵심이다. 한 번의 숨결이 죽음과 삶을 가르는 조기경보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흡 기반 암 진단 기술은 단순한 연구를 넘어 의학 패러다임을 바꿀 도전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