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ockphoto-2223621219-612x612.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소아과학회(AAP)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아동에게 류코보린(Leucovorin, 폴린산)을 일상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미 보건당국이 류코보린을 ‘자폐 관련 치료 약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근거 부족과 과학적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한 조치다.

 

AAP는 10월 25일 발표한 ‘중간 가이드라인(interim guidance)’에서 “현재까지의 연구 근거만으로 자폐아에게 류코보린 투여를 일반적으로 권장하기 어렵다”며 “보다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코보린은 원래 항암치료 보조제나 ‘뇌 엽산 결핍(CFD)’ 치료제로 사용돼 왔으며, 일부 자폐 아동에게서 ‘엽산 수용체 알파(FRα)’ 자가항체가 엽산 전달을 방해한다는 보고가 나오며 자폐 치료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미 보건복지부(HHS)는 9월 류코보린이 CFD를 동반한 자폐 아동에게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며 해당 적응증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FDA는 과거 GSK가 중단했던 류코보린 제품 ‘웰코보린(Wellcovorin)’을 CFD 치료용으로 재승인 절차 중이다. HHS는 이 조치로 자폐 아동의 치료 접근성과 메디케이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AAP는 “효과를 단정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AAP는 “일부 긍정적 결과가 보고됐지만 대부분 소규모 단기 연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자폐 스펙트럼 전체에 대한 효과를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 수행된 80명 규모의 이중맹검 위약대조 임상에서는 류코보린 투여군의 행동 점수가 개선됐지만, 표본이 작아 일반화가 어렵다는 평가다.

 

CDC에 따르면 미국 8세 아동 중 31명당 1명이 자폐 진단을 받는 만큼, 소규모 연구만으로 전국 권고를 뒷받침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편 류코보린 논의는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자폐 치료의 돌파구’로 언급했으나, AAP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위험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AAP 수전 크레슬리 회장은 “정치가 아닌 과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한 임신 중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 발병과 연관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으나, FDA와 보건부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존슨앤드존슨의 분사사 켄뷰(Kenvue)를 상대로 “임산부 대상 광고에서 자폐 위험을 숨겼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AAP는 “류코보린이 자폐 치료제로 자리 잡기 위해선 객관적 근거와 재현 가능한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과학적 엄밀성과 자폐인의 존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NIH는 류코보린의 장기 투여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 임상을 설계 중이며, 향후 결과에 따라 자폐 치료 접근법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