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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이 서로 다른 문제로 여겨지던 기존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스웨덴 오레브로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BMJ Mental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서,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질환이 공통된 위험요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공통 요인을 ‘일반 질병 요인(General Disease Factor, d-요인)’이라 명명하며, 정신과 신체를 분리해온 전통적 의학 체계에 새로운 통합적 접근을 제시했다.


연구를 이끈 미겔 가르시아-아르히바이 박사는 “만약 어린 시절부터 공통된 질병 요인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면, 평생의 건강을 지키는 예방 개입이 가능하다”며 “이번 연구는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안·우울 같은 정신적 문제와 천식·당뇨 등 신체적 질환이 실제로는 동일한 생물학적 취약성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수십만 명의 청소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러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존재하는 공통된 생물학적 취약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가르시아-아르히바이 박사는 “우리는 종종 한 사람에게 우울증과 당뇨, 혹은 ADHD와 천식이 함께 발생하는 것을 본다”며 “이는 독립적인 질병이 동시에 생긴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근본적 뿌리에서 파생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정신과 신체의 경계를 허물고, 질병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소아과 의사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아토피나 염증성 장질환(IBD)을 가진 아이를 진료할 때 신체 증상뿐 아니라 불안, 스트레스, 수면의 질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하며, 반대로 정신과에서는 신체적 질환 여부를 고려해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조기 스크리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정 질환만 진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의 전반적인 질병 취약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정신적 불안, 수면 문제, 잦은 감염이나 염증 반응 같은 초기 신호를 함께 관찰하면, 훨씬 효과적인 맞춤형 개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만성질환을 가진 청소년에게 스트레스 관리나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신체 회복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의료 현장에서 정신건강 전문가가 일반 병원 시스템 내에 통합되어야 함을 뒷받침한다. 즉, 신체 질환과 정신 질환을 각각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진료 체계에서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르시아-아르히바이 박사는 “우리가 그동안 질병을 각각 따로 바라보고 치료해왔다면, 앞으로는 ‘사람 전체’를 보는 통합적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모두 고려해 질병의 뿌리를 규명하려는 첫걸음이며, 특히 염증 반응과 유전적 소인, 유년기 스트레스가 d-요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기 정신·신체 건강 문제를 조기에 통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성인기의 만성질환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의학은 개별 질환 치료에서 벗어나 인간 전체의 회복력(resilience)을 강화하는 예방 중심의 통합의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