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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암 환자의 정신 건강과 식습관 개선에 ‘실내 수경재배(gardening hydroponics)’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 A&M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은 휴스턴 감리병원 암센터에서 진행된 임상 연구를 통해 실내 수경재배가 암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태현 로(Taehyun Roh) 교수는 “야외 정원 가꾸기가 통증 감소, 진통제 사용량 감소, 암 재발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많은 환자들이 신체적 제약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정원 활동을 하기 어려운 만큼, 실내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8주간 실내 수경재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자는 평균 57세였으며 남성이 47%, 여성이 53%였다. 인종 구성은 백인 59%, 히스패닉 31%로 다양했고, 흥미롭게도 90% 이상이 정원을 가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정원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참여자들은 상용 브랜드 ‘AeroGarden’의 수경재배 키트를 지급받았다. 이 키트에는 LED 조명, 영양액, 식물 성장 용기, 샐러드용 씨앗 12종이 포함돼 있었고, 참가자들은 직접 씨앗을 심고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며 성장과 수확을 관리했다. 연구팀은 실험 시작 전과 4주, 8주 시점에서 정신적 안녕감, 우울 정도, 통증 관리, 식습관, 삶의 질 변화를 다양한 심리·생활 평가 도구를 통해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 8주간 참여자들의 정신적 안녕감은 꾸준히 향상됐고, 우울 증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4주차부터 삶의 질 전반이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8주차에는 사회적 관계 유지 능력과 감정적 회복력에서도 뚜렷한 향상을 보였다. 또한 식습관 측면에서도 과일과 채소 섭취량이 증가하고, 식욕 저하 증상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의 배경으로 ‘감각 자극’과 ‘심리적 통제감’을 제시했다. 로 교수는 “식물을 돌보는 과정은 시각, 후각, 촉각을 자극하고 자연과의 연결감을 형성해 스트레스를 완화한다”며 “스스로 생명을 키운다는 책임감과 성취감이 정신적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규모가 크지 않은 파일럿(예비) 연구로, 표본 수가 적고 대조군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실내 수경재배는 암 환자뿐 아니라 자연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정신적 치유 효과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후 더 큰 규모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자연치유(nature-based therapy)’ 개념을 실내 환경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정원을 가꿀 여건이 없는 환자라도 작은 수경재배 시스템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고, 식습관 개선을 통해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내 수경재배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병원 환경이나 요양시설에서 적용 가능한 ‘치유적 공간 치료(therapeutic horticulture)’의 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작은 식물 하나를 돌보는 행동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의료 분야의 새로운 보조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