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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이 늦게 발현하는 테이삭스병(LOTS, Late-Onset Tay-Sachs disease) 환자 세포와 생쥐 모델에서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희귀 유전질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로,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발표됐다. 테이삭스병은 뇌 속 지방질(GM2 ganglioside)을 분해하는 효소가 결핍돼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대표적 리소좀 저장질환으로, 효소를 생성하는 HEXA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운동 기능 저하, 근육 경직, 협응력 상실, 인지 기능 저하 등이 서서히 진행된다. 이번 연구에서 NIH 과학자들은 HEXA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미세하게 교정해 효소 활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베타헥소사미니다제 A(beta-hexosaminidase A) 효소 기능이 회복되며 GM2 ganglioside 축적이 감소했고, 신경세포 손상이 완화됐으며, 생쥐 모델에서는 수명이 연장됐다. 연구를 이끈 리처드 프로이아 박사(NIDDK)는 “LOTS는 효소 활성도가 정상의 4~6%에 불과하지만 단 10%만 회복돼도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그 가능성을 분자 수준에서 입증한 중요한 전진”이라고 밝혔다.

 

연구에는 NIH 임상센터의 LOTS 프로그램 참여자의 세포가 활용됐으며, 해당 환자는 HEXA 돌연변이를 양쪽 모두 가진 드문 사례였다. 공동 연구자인 신시아 티프트 박사(NHGRI)는 “아직 완치법은 아니지만 유전자 교정이 LOTS의 임상 증상을 늦출 현실적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환자들의 세포 기증과 참여가 이번 성과의 출발점이었다”고 전했다.

 

앞으로 연구진은 교정 유전자를 뇌로 전달하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추신경계 전달체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주로 쓰이는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 기반 전달체는 혈뇌장벽을 통과하기 어렵고, 항체를 가진 성인에서는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뇌 조직 친화적 전달체 개발, 교정 효소의 안정적 발현, 비오프타깃(off-target) 없는 정밀 교정 기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LOTS가 연구 대상으로 선택된 이유는 발병이 느리고 효소 활성이 일부 남아 있어 치료 개입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아형 테이삭스병은 생후 3~6개월에 진단돼 대부분 4세 이전 사망하지만, LOTS는 청소년기 이후에 증상이 시작되고 진행이 완만하다. 전 세계 LOTS 환자는 약 500명으로 추산되며, 이번 연구는 NIH 임상센터의 25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프로젝트의 일부다.

 

HEXA 유전자 돌연변이는 아슈케나지 유대인, 퀘벡 프랑스계, 루이지애나 케이준, 펜실베이니아 아미시 등 특정 집단에서 높은 빈도로 나타나며, 미국에서는 산전 유전자 검사로 보인자 확인이 가능하다. NIH 연구진은 이번 LOTS 연구가 향후 GM1 강글리오시도시스, 산드호프병, 니만-픽병, 고셔병 등 다른 리소좀 저장질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로이아 박사는 “이번 결과는 희귀 유전질환 치료의 전환점을 의미하며, 효소 활성을 실제로 회복시킬 안전한 교정 방법 개발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