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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던 메트포르민이 여성에게 더 흔한 신경질환인 다발성경화증(MS)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국 UCLA 신경학과 론다 보스쿨(Rhonda Voskuhl) 박사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이 여성 생쥐의 뇌 염증을 억제해 질환 진행을 완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10월 15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오랜 기간 당 조절 약물로 사용돼 온 메트포르민이 X염색체 기반 염증 유전자인 Kdm6a를 억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Kdm6a는 원래 한쪽 X염색체가 비활성화되는 여성의 세포에서도 예외적으로 발현이 유지되는 ‘탈억제 유전자’로, 이로 인해 XX 염색체를 가진 여성의 면역 반응이 남성보다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보스쿨 박사팀은 이전 연구에서 T세포의 Kdm6a가 자가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에는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 초점을 맞췄다.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결과, 여성 생쥐에서는 Kdm6a가 억제되면서 염증 반응이 크게 줄었고, 신경 손상도 완화됐다. 반면, XY 염색체를 가진 수컷 생쥐에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보스쿨 박사는 “MS 치료제는 현재 20여 종이 있지만 대부분은 면역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염증 조절과 동시에 뇌 내 면역세포를 직접 표적하는 새로운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뇌로 가는 치료제’의 가능성이 열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실제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 환자에서 Kdm6a 활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는 여성에게서 MS 발병률이 남성보다 약 세 배 높은 이유를 설명할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보스쿨 박사는 UCLA에서 메트포르민을 이용한 소규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초기 연구는 남녀 환자를 모두 포함했으나,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임상은 여성 중심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그는 “이번 연구로 성별에 따른 맞춤 치료의 필요성이 다시 강조됐다”며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각에 맞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미래 의학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메트포르민은 1957년 처음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된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될 정도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약물이다. 이미 오랜 임상 데이터를 가진 약물인 만큼, 새로운 적응증으로의 확장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보스쿨 박사는 향후 UCLA와 협력해 신약 개발 스타트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는 과거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을 이용한 갱년기 인지 증상 치료제 개발사 ‘CleopatraRx’를 설립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메트포르민을 기반으로 한 여성형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Kdm6a 같은 염색체 기반 유전자가 여성의 자가면역질환 위험을 높이는 만큼, 이를 조절할 약물은 여성에게서 특히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성별의 차이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치료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발성경화증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신경세포를 공격해 신경 보호막을 손상시키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보행 장애, 감각 이상, 언어 장애, 인지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아직 완치법은 없지만, 이번 연구는 오랜 기간 사용된 기존 약물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며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