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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연방 연구 지원 방향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대규모 연구비 삭감 이후,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새롭게 내건 과학 투자 키워드는 ‘체내(in vivo) 면역세포 치료’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신생 바이오텍 ‘이뮤노벡(immunoVec)’이 있다.


이 회사는 10월 8일, 미국 연방 정부로부터 최대 4,070만 달러(약 557억 원)의 연구비를 확보하며 공식 출범했다. 본사는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하며, 존스홉킨스대학교와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등 미국 주요 학술기관과 협력 중이다.


이뮤노벡은 바이러스나 mRNA 대신 폴리머 나노입자를 이용해 DNA를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독자적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전달체보다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 기술로, 자가면역질환을 표적하는 체내 세포치료제 개발이 목표다.


이번 자금은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Health)’가 추진하는 ‘EMBODY(Engineering of Immune Cells Inside the Body)’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됐다. ARPA-H는 2022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설립된 차세대 보건 연구 기관으로, 체내 면역세포 조작을 위한 기술 개발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mRNA 백신 연구 예산 5억 달러를 삭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원 프로젝트는 오히려 mRNA 기반 기술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의 커널바이오(Kernal Bio)는 최대 4,8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체내에서 직접 CAR-T 세포를 생성하는 mRNA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테세라 테라퓨틱스(Tessera Therapeutics)는 RNA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플랫폼으로 4,130만 달러를 확보했다. 테세라는 리피드 나노입자(LNP)를 활용해 RNA 기반 ‘유전자 작성기(gene writer)’를 체내에 전달, 암과 자가면역질환을 동시에 겨냥하는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테세라의 최고과학책임자 마이클 홈즈 박사는 “ARPA-H의 지원으로 체내에서 T세포를 직접 조작하는 차세대 면역치료의 길이 열렸다”며 “CAR-T 치료의 접근성과 안전성, 대량 생산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혜 기업 사이티바(Cytiva)는 CRISPR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한 암 면역치료를 개발한다. 모기업 다나허(Danaher) 산하의 통합 DNA테크놀로지(IDT), 알데브론(Aldevron)과 함께,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혁신유전체연구소(IGI)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IGI의 피오도르 우르노프 박사는 “이번 협력은 ‘어벤져스급 팀업’으로, 환자 체내에서 면역계를 직접 재설계하는 첫 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상 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구조조정을 겪었지만, ARPA-H의 자금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도 이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3월에 이소바이오텍(EsoBiotech)을 10억 달러에 인수했고, 애브비는 6월에 캡스탄 테라퓨틱스를 21억 달러에 사들였다. 이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카이트파마(Kite Pharma)도 8월 인터리우스바이오테라퓨틱스(Interius BioTherapeutics)를 3억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뮤노벡은 CAR-T 세포 대신 자연살해세포(NK cell)를 체내에서 직접 활성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NK세포가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되는 비정상 B세포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체외 편집형 CAR-NK 기술보다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이번 ARPA-H의 대규모 지원은 미국이 유전자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체내 면역세포 재프로그래밍’을 선택했음을 상징한다. 바이오테크 업계는 이제 실험실 밖, 인체 내부에서 벌어질 새로운 면역치료 경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