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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핵심 병리 현상인 단백질 응집체(Protein aggregates)를 정확히 인식하는 항체를 고효율로 만들어내는 ‘지향적 진화(directed evolution)’ 기반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이 개발됐다. 이번 연구는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의 기존 한계를 넘어 응집 단백질에 대한 결합 친화도(affinity)와 입체 특이성(conformational specificity)을 동시에 향상시켜 알츠하이머병 진단·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섬유상(fibril)으로 응집해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질환으로, 이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항체 개발이 치료의 핵심 전략이었다. 그러나 기존 항체인 아두카누맙(aducanumab)이나 크레네주맙(crenezumab)은 응집체뿐 아니라 정상 단백질에도 결합해 비특이적 반응(off-target binding)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고 부작용은 높았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인식하는 ‘정합항체(conformational antibody)’를 효율적으로 진화시키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했다.

 

해당 기술은 표적 돌연변이 유도, 효모 표면 발현, 세포 분류, 딥 시퀀싱의 네 단계를 거쳐 항체를 진화시키며, 수천 종의 변이체 중 아밀로이드 베타 섬유에만 결합하고 정상 단백질에는 반응하지 않는 후보를 신속히 선별했다. 특히 항체를 실제 치료제 형태인 IgG 구조로 유지한 채 실험이 가능해 기존 연구보다 임상 현실성이 높았다.

 

그 결과 새로 진화된 항체는 기존 임상 항체보다 세 가지 지표에서 월등했다. 첫째, 결합 친화도가 향상돼 낮은 농도에서도 응집체를 안정적으로 인식했고, 둘째, 입체 특이성이 높아 응집되지 않은 단량체 Aβ에는 결합하지 않았다. 셋째, 비특이적 결합이 현저히 줄어 다른 단백질과의 불필요한 상호작용이 거의 사라졌다. 이는 항체의 결합력뿐 아니라 병리 구조만을 정밀 타격하는 설계가 가능함을 입증한 성과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알츠하이머병을 넘어 파킨슨병의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루게릭병(ALS)의 TDP-43, 헌팅턴병의 헌팅틴 단백질(HTT) 등 다양한 단백질 응집 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질병 초기 응집체의 구조를 포착하는 항체를 개발하면 혈액 기반 조기진단, PET 영상용 탐침(probe), 표적 항체치료제 등으로 확장 가능해 임상적 가치가 크다.

 

전문가들은 “단백질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구조적 상태까지 구분하는 정밀 항체 설계 기술은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이번 지향적 진화 플랫폼은 단일 질환용 기술을 넘어 희귀단백질질환, 자가면역질환, 암 진단까지 확장 가능한 범용 항체 엔지니어링 기반”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