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4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며 흐릿해진 시력을 단 한 번의 지방산 주입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UC Irvine) 연구진은 지방산의 일종인 ‘테트라코사펜타엔산(TPA, 24:5n-3)’을 생쥐의 눈에 주입한 결과, 시력이 최대 한 달간 개선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9월 24일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신(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도로타 스코브론스카-크라프치크(Dorota Skowronska-Krawczyk) 박사는 “이 정도 효과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다른 성분을 추가할 필요 없이 TPA 하나만으로 눈의 기능이 회복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TPA는 ‘매우 긴 사슬 지방산(VLC-PUFA)’의 전구체로, 망막의 시세포가 빛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연구진은 나이가 든 생쥐에서 TPA를 합성하는 유전자 ELOVL2의 발현이 급격히 감소하며 시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는 이미 2020년 같은 연구팀이 노화된 시각 기능과 연관된 핵심 인자로 보고한 바 있다.


새로운 실험에서는 인간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황반변성(AMD) 환자 중 특정 ELOVL2 유전형을 가진 사람에게서 질환이 더 일찍 발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ELOVL2 유전자와 시력 노화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평가된다.


TPA 주입으로 시력이 회복된 생쥐 결과를 확인한 연구진은 현재 원숭이 등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연구를 준비 중이다. 스코브론스카-크라프치크 박사는 “TPA는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경구 투여가 가능하다면 향후 저용량 보충제 또는 고용량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연구 결과를 상업화하기 위해 ‘루시나 바이오테라퓨틱스(Lucina Biotherapeutics)’를 공동 창업하고, 임상시험용 제형 개발과 신약 승인(IND) 준비에 착수했다.


TPA는 간에서 주로 생성되지만, 눈에서도 자체적으로 합성된다. 이는 시세포가 빛을 감지할 때 필요한 ‘도코사헥사엔산(DHA)’과 매우 긴 사슬의 불포화지방산을 만들어내는 핵심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 지방산들이 부족하면 막 구조가 뻣뻣해지고, 시세포의 광수용 단백질인 로돕신의 기능이 저하돼 시력 손상으로 이어진다.


스코브론스카-크라프치크 박사는 “시세포는 매일 조금씩 손상되며, 이를 복구하려면 DHA와 VLC-PUFA가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며 “나이가 들면서 TPA가 줄어들면 눈은 짧은 지방산으로 대신 세포막을 만들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시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단순히 시력 회복을 넘어, 노화 연구 전반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보고 있다. 지방산 대사 경로를 조절함으로써 노화된 세포의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장기에도 응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단순히 실험실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하고 싶습니다.”

스코브론스카-크라프치크 박사는 이같이 말하며, 노인성 시력 감퇴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