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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제약사 GSK가 한때 차세대 면역항암제의 핵심 축으로 내세웠던 CD226 면역경로(CD226 axis) 연구를 전면 중단했다.

회사는 지난 2022년만 해도 이를 “면역항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핵심 분야”로 규정했으나, 불과 3년 만에 사실상 모든 관련 프로그램을 접으며 대규모 연구전략의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이번 결정으로, GSK는 TIGIT, CD96, PVRIG 등 3개 주요 면역 체크포인트 억제제 프로그램을 모두 종료했다. 한때 수조원대 매출이 기대되던 파이프라인이었지만, 임상 효능 부진과 비용 부담이 누적되면서 회사는 “지속 가능성이 낮은 연구를 조기에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CD226은 T세포와 NK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면역활성 수용체로, 종양세포의 CD155·CD112 분자와 결합해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핵심 경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암세포는 CD96, TIGIT, PVRIG 등 억제성 수용체를 통해 이 신호를 차단, 면역회피를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GSK는 2020년대 초부터 이들 억제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체 치료제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회사는 “CD226 축을 겨냥한 새로운 면역항암제는 PD-1 억제제를 잇는 차세대 대형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GSK의 첫 번째 실패 신호는 올해 초 등장했다. iTeos Therapeutics와 공동 개발하던 항-TIGIT 항체 ‘벨레스토투그(belrestotug)’를 중단하며 4억7,100만 파운드(약 8,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후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GSK는 남아 있던 항-CD96 항체 ‘넬리스토투그(nelistotug, GSK6097608)’과 항-PVRIG 항체 ‘GSK4381562’ 연구도 모두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넬리스토투그는 iTeos, 23andMe와 협력해 진행 중이던 재발성·전이성 두경부 편평세포암 2상 임상(환자 360명 대상)에서 PD-L1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GSK의 자가 면역항암제 젬펄리(Jemperli) 및 벨레스토투그와 병용투여하는 전략을 시험 중이었다. 또한 별도의 1상 연구에서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요법 및 병용요법 평가가 진행 중이었으나, 모두 중단이 결정됐다.


항-PVRIG 항체 역시 서피스 온콜로지(Surface Oncology)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개발 중이었으며, 고형암 대상 2상 및 1상 임상(141명 참여)이 진행 중이었다. 이 역시 조용히 파이프라인에서 삭제됐다.


기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퇴임을 앞둔 GSK CEO 엠마 월름슬리(Emma Walmsley)는 “연구 중단은 제약개발에서 흔한 일”이라며 “핵심은 비용이 커지기 전에 정리하고, 더 큰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연구개발에는 리스크 감수(risk appetite)가 필수적이며, 대부분의 시도가 성공하지 않는다”면서 “현재는 항체-약물결합체(ADC) 플랫폼에 R&D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기 보고서에서는 항암제 외에도 감염병 관련 파이프라인의 구조조정이 병행됐다. GSK는 A·B·C·W·Y 혈청형을 모두 포함한 차세대 뇌수막염 백신(GSK4023393)의 개발을 중단했다. 이 백신은 영아 대상 2상 임상 중이었으나, 이미 성인·청소년용 백신 ‘펜멘비(Penmenvy)’가 FDA 승인을 받은 상황에서 시장 중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외에도 거대세포바이러스(CMV) 감염 예방용 재조합 서브유닛 백신, 폐섬유증 치료 후보 TG2 억제제(GSK3915393) 역시 모두 철회됐다. 후자는 과거 셀리악병 적응증 임상을 중단한 뒤에도 후속 개발을 이어가려 했지만, 이번에 완전히 종료됐다.


또한 겸상적혈구병(sickle cell disease) 치료를 위해 1상 임상 중이던 DNMT1 억제제(GSK4172239) 역시 파일럿 단계에서 연구 효율성 부족을 이유로 삭제됐다. 이번 결정은 GSK가 향후 ‘선택과 집중’ 중심의 R&D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회사는 과거 다수의 면역항암 타깃을 동시에 탐색하는 광범위한 접근을 취했지만, 이제는 ADC, 백신, 감염병 예방 분야 중심의 선택적 투자로 노선을 재편 중이다.


CD226 축의 실패는 GSK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들이 직면한 면역항암 혁신의 한계를 다시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 PD-1·PD-L1 억제제가 열어놓은 성공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면역 표적 발굴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현실을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