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ockphoto-1389405071-612x612.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발표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자사 항체 치료제 폰세그로맙(ponsegromab)이 암성 악액질(cachexia) 환자의 체중을 장기간 유지·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악액질은 진행성 암 환자의 최대 80%가 겪는 심각한 전신 소모 증후군으로, 근육 손실과 체중 감소가 동반되며 심부전이나 호흡 부전 등으로 이어져 사망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전체 암 사망의 약 30%가 악액질로 인한 대사 불균형과 근육 소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의 핵심 병리기전에는 성장분화인자-15(GDF-15)가 관여한다. 암 환자에서 GDF-15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나며, 이는 식욕 억제·체중 감소·대사 저하를 유발해 임상 예후를 악화시키는 주요 인자로 지목돼 왔다. 화이자는 이를 억제하기 위해 GDF-15를 표적하는 완전 인간 단일클론 항체 ‘폰세그로맙’을 개발하고 있다. 원래 심부전 치료 후보로 연구되던 이 약물은, 항 GDF-15 기전이 암성 악액질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발견 이후 새로운 적응증으로 임상이 확대됐다.


작년 화이자는 항 GDF-15 항체 중 가장 높은 용량의 피하주사제형 폰세그로맙을 4주 간격으로 투여한 임상 1·2상에서, 12주 후 위약군 대비 평균 3kg의 체중 증가를 보고한 바 있다. 이번 ESMO 2025에서는 해당 연구의 12개월 장기 연장(open-label extension) 데이터가 새롭게 공개됐다. 연구에는 비소세포폐암(NSCLC), 대장암, 췌장암 등 악액질이 동반된 117명의 진행성 암 환자가 참여했다.


그 결과, 치료를 이어간 환자들의 평균 체중은 24주차에 +2.7kg, 52주차(1년)에 +4.4kg, 64주차(약 15개월)에 +5.2kg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단기 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체중 유지와 근육량 회복이 지속됨을 보여준 결과로 평가된다.


초기 24주 동안 위약을 투여받았던 환자들은, 이후 연장 연구에서 폰세그로맙으로 전환한 뒤 체중 감소가 멈추고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화이자는 이들의 체중 회복 속도와 증가 폭이 처음부터 폰세그로맙을 투여받은 환자들보다 낮았다고 설명했다. 즉, 치료 시점이 빠를수록 근감소와 체중저하를 더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악액질에 대해 승인된 표준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영양 보충이나 물리치료, 대사 조절제 등의 보조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폰세그로맙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첫 항체 기반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의 단순 식욕촉진제와 달리, GDF-15 억제를 통해 염증성·대사성 경로를 동시에 조절해 근육 손실 자체를 억제하는 점이 차별점이다.


화이자는 이번 결과를 기반으로 대규모 임상 3상 진입을 준비 중이며, 향후 폐암·췌장암·위암 등 다양한 암종의 악액질 환자군으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악액질은 환자의 생존율뿐 아니라 항암치료 지속 가능성과 삶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합병증”이라며, “폰세그로맙이 임상 3상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면, 암성 악액질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