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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큰 소리의 소음이 단순히 귀에만 해로운 것이 아니라, 신경계 질환의 진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은 파킨슨병 초기 단계의 생쥐 모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이 운동 능력 저하와 도파민 신경 손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PLOS Biolog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소음이 신경 퇴행성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의 파킨슨병 모델 생쥐를 사용했다. 실험에서는 85~100데시벨 수준의 소음—잔디깎기나 믹서기 정도의 소리—을 하루 1시간씩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소음 노출만으로도 파킨슨병 모델 생쥐는 정상 생쥐에 비해 움직임이 둔해지고 균형 유지 능력이 떨어졌다. 하루가 지나면 일시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주일간 매일 반복 노출된 그룹에서는 만성적인 운동 저하가 지속됐다. 이는 단기 노출보다 장기 소음이 뇌 기능에 누적 손상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가 청각 처리 영역인 ‘하구(inferior colliculus)’와 도파민을 생산하는 ‘흑질(substantia nigra pars compacta)’ 사이의 연결 회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경로를 인위적으로 자극했을 때도 동일한 운동 장애가 재현됐으며, 반대로 하구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도파민 운반 단백질(VMAT2)을 과발현시켰을 경우 손상이 완화됐다.


소음 노출과 하구 자극은 공통적으로 도파민 운반 단백질의 양을 감소시키고, 흑질 내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했다. 이는 파킨슨병의 핵심 병리인 도파민 신경 손실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장페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경적 요인, 특히 소음이 파킨슨병의 발병과 증상 악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청각 자극이 운동신경 회로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비유전적 위험 인자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아직 동물 실험 단계이지만, 인간에서도 장기간의 소음 노출이 도파민 신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를 통해 환경 소음이 파킨슨병 진행에 미치는 구체적 기전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음이 청력뿐 아니라 뇌의 운동 조절 시스템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번 연구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소음 환경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신경 퇴행성 질환의 위험 인자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