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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이 처음으로 혈액과 소변 속 대사체 패턴을 분석해 초가공식품 섭취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폴리대사체 점수(Poly-metabolite Score)’를 개발했다. 이는 향후 대규모 인구 집단 연구에서 기존의 자가 보고식 식이조사(Self-reported dietary data) 의 한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5월 20일 의학 저널 PLOS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NIH 국립암연구소(NCI)의 에리카 로프트필드(Erikka Loftfield) 박사는 “자가 보고 방식의 식이조사는 오차가 크다는 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며 “대사체학(Metabolomics)을 활용하면 식습관이나 초가공식품 섭취량처럼 복잡한 요인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식이가 건강에 미치는 생물학적 경로까지 탐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가공식품은 대체로 즉석조리·가열식 제품처럼 산업적으로 제조된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의미한다. 이런 식품은 비만,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 일부 암 발생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는 연구가 꾸준히 제시돼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역학 연구는 대부분 식이조사표에 의존했기 때문에 기억력, 보고 편향, 식품 구성의 변화 등으로 인한 정확도 문제가 있었다.


이에 NIH 연구진은 식이 후 인체 내에서 생성·변화하는 대사산물(메타볼라이트) 을 활용해 섭취 정도를 수치화할 수 있을지를 탐색했다. 대사산물은 음식물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대사 과정에서 남는 부산물로, 각 개인의 식습관과 영양 섭취 상태를 생리학적으로 반영한다.


연구팀은 총 738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12개월간 혈액과 소변 시료, 그리고 식이 정보를 수집했다. 여기에 NIH 임상센터에서 진행된 20명 성인을 대상으로 한 통제 임상시험 데이터를 결합했다. 참가자들은 각각 초가공식품이 전체 열량의 80%를 차지하는 식단과, 가공식품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식단을 2주씩 번갈아 섭취했다. 분석 결과, 수백 종의 대사산물이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들 대사산물의 조합을 추출하고, 이를 토대로 혈액용과 소변용 폴리대사체 점수를 각각 산출했다.


이 점수는 실험 참가자들이 가공식품 중심 식단을 섭취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판별력을 보였다. 다시 말해, 대사체 점수만으로도 개인이 최근 어떤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지 추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향후 인구 기반 질병 연구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프트필드 박사는 “식이조사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사체 기반 점수를 병행하면 초가공식품 섭취와 암·당뇨·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간의 연관성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평균 연령이 높은 미국 성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만큼, 다른 연령층과 식문화가 다른 인구 집단에서의 재현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향후에는 다양한 국가와 연령층을 포함한 다기관 연구를 통해 점수 체계를 보정하고, 이 점수가 실제 질병 발생 위험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본 연구를 지원한 NIH 국립암연구소(NCI) 는 암 발생 위험 예측, 조기진단 및 예방 전략 수립을 위해 대사체 기반 바이오마커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NCI 관계자는 “폴리대사체 점수는 단순히 영양 섭취량을 정량화하는 도구를 넘어, 식습관이 인체 대사와 질병 발생에 미치는 분자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NIH 산하 27개 연구소의 협력 프로젝트로 수행되었으며, 대사체학을 활용한 식이 노출 평가 기법의 표준화와 질병 예측 모델 구축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