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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심장마비 후 손상된 심장은 대부분 회복되지 않아 평생 기능 저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손상된 심장에 부착해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스마트 약물전달 패치(drug-delivery patch)’를 개발하면서, 손상된 심장을 회복시킬 새로운 치료법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MIT 코흐통합암연구소의 아나 야클레넥(Ana Jaklenec) 박사와 로버트 랭어(Robert Langer)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여러 약물을 일정 시간 간격으로 방출하도록 설계된 유연한 패치를 제작해 실험쥐에 적용했다. 그 결과 심근경색 후 손상된 조직이 50% 이상 줄어들고, 심장 기능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Cell Biomaterials』에 게재됐다.


야클레넥 박사는 “심근경색 후 손상된 심장 조직은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혈류를 개선하는 수술이 대부분이지만 근본적인 기능 회복은 어렵다”며 “이번 연구의 목표는 손상된 심장을 스스로 복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존의 ‘바이패스 수술’ 중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패치를 설계했다. 수술 중 손상 부위에 패치를 부착하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치유 단계에 맞춘 약물이 방출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패치의 핵심은 ‘시간차 약물 방출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미세 입자 내부에 약물을 캡슐 형태로 넣고, 뚜껑 역할을 하는 고분자(PLGA)의 분자 구조를 조절해 약물이 분해·방출되는 시점을 설정했다. 이를 통해 1~3일차, 7~9일차, 12~14일차에 각각 다른 약물이 순차적으로 방출되도록 설계했다.


첫 번째로 방출되는 약물은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성장인자 ‘네유레귤린-1(Neuregulin-1)’이다. 이어서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가 분비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흉터 조직 형성을 억제하는 소분자 약물 ‘GW788388’이 전달된다.


이 입자들은 알지네이트와 PEGDA로 구성된 생체적합성 하이드로겔에 배열되어 있으며, 접촉렌즈처럼 얇고 유연한 형태로 제작됐다. 패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체내에서 자연 분해되어 장기적인 부작용 없이 약물만 남긴다.


실험에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만든 심장세포 구체에 패치를 적용했을 때 혈관 형성이 활발해지고 세포 생존률이 높아졌으며, 섬유화(흉터) 형성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어 심근경색 쥐 모델에서도 패치를 부착한 그룹은 생존율이 33% 높아지고, 손상 조직이 절반으로 줄었으며, 심박출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랭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물전달과 바이오소재 기술을 결합해 심근경색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한 사례”라며 “특히 수술 중 직접 적용할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임상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현재 네유레귤린-1과 VEGF는 이미 심혈관 질환 치료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검증되고 있으며, GW788388은 동물 모델에서만 평가된 단계다. 연구팀은 향후 대동물 모델 실험을 거쳐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연구진은 향후 개흉 수술 없이 시술할 수 있는 방식도 모색 중이다. 미세입자를 스텐트에 통합시켜, 동맥을 통해 약물을 프로그래밍된 순서대로 방출하는 기술이 그다음 단계의 목표다.


야클레넥 박사는 “심장은 손상 후 일정한 순서로 회복 단계를 밟는데, 이번 시스템은 그 생체 리듬에 맞춰 필요한 약물을 정확히 전달하도록 설계됐다”며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심근경색 후 회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