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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후원한 대규모 국제 임상시험에서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맷(Tecovirimat, 제품명 TPOXX)이 원숭이두창(mpox) 단독 치료제로서의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202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레트로바이러스 및 기회감염 학회(CROI)’에서 발표됐다. 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지니 마라초 박사는 “이번 연구는 원숭이두창의 병태생리와 치료 방향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 중요한 성과”라며 “불확실했던 치료 효과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은 STOMP(Study of Tecovirimat for Mpox)라는 이름으로 2022년 9월 시작됐다. 테코비리맷은 본래 천연두(smallpox)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로, 동물실험에서 원숭이두창 유사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여 주목받았다. 그러나 사람 대상 임상 데이터는 부족했으며, 이번 연구가 첫 대규모 검증이었다. STOMP는 미국, 일본, 브라질, 멕시코, 페루, 태국, 아르헨티나 등 7개국에서 발병 14일 이내 성인 환자를 무작위로 배정해 테코비리맷 단독요법과 위약(placebo)을 비교했다. 연구진과 참가자 모두 투여 내용을 모르는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병변 회복 속도, 통증 완화, 바이러스 DNA 소실률 등을 주요 평가 지표로 설정했다.

 

그 결과 치료 29일차 임상적 회복률은 테코비리맷군 83%, 위약군 84%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고, 통증 점수 차이는 0.1점에 불과했다. 바이러스 DNA 검출률도 8일차 기준 테코비리맷군 48%, 위약군 37%에서 음성 전환이 확인됐으나, 15일차에는 각각 82%와 80%로 수렴해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중증 환자군을 포함한 오픈라벨 연구에서도 면역저하자, 임산부, 소아, HIV 감염자 등 고위험군의 회복 경향은 비슷했으며, 젊은 연령층과 항바이러스 치료 중인 HIV 양성 환자에서 다소 빠른 회복이 관찰됐지만 역시 통계적으로 의미는 없었다. NIAID는 “테코비리맷 단독요법은 원숭이두창의 표준 치료로 보기 어렵지만, 병합요법이나 예방적 투약 전략의 기초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은 밀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현재까지 클레이드 I형과 II형 두 계통이 확인됐다. 2022년 전 세계 유행은 II형 변이로 인한 것이며, 2024년에는 중앙·동아프리카 지역에서 I형 변이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재선포했다.

 

전문가들은 면역저하자, 임산부, 소아 등에서 중증 위험이 높아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NIH와 AIDS Clinical Trials Group(ACTG)이 공동 주관했으며, 약물은 뉴욕 소재 시가테크놀로지스(SIGA Technologies)가 공급했다. 공동 책임자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티머시 윌킨 교수는 “STOMP는 테코비리맷 단독요법의 임상적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며 “앞으로는 면역 조절제나 복합 항바이러스 전략을 통한 치료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NIH는 향후 PALM007 연구와 비교 분석을 통해 조기 투약 시기, 병합요법, 면역 반응 조절 등 새로운 치료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