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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대규모 국제 연구에서 장기 지속형 HIV 예방주사 ‘카보테그라비르(CAB-LA)’가 임신 전후에도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300건 이상의 임신과 신생아 사례를 추적 분석한 결과로, 오는 국제 에이즈 학회(AIDS 2024)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임신과 출산기는 생리적 변화와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HIV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지안 마라조 소장은 “이번 연구는 임신기 여성에게 장기 지속형 예방주사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가장 취약한 시기에 실질적인 예방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카보테그라비르는 2개월마다 근육 주사로 투여되는 HIV 예방약(PrEP)으로, 매일 복용하는 경구형 대비 복약 순응도가 높고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다만 임신 중 안전성 자료가 부족해 실제 사용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돼 왔다.

 

이번 연구는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의 HIV 음성 시스젠더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CAB-LA 임상시험의 연장 단계로, 참가자들은 CAB-LA 주사 또는 경구용 프렙(테노포비르·엠트리시타빈 복합제)을 선택해 사용했다. 연구진은 피임 여부와 관계없이 임신 전·중·후 전 기간에 걸쳐 부작용을 면밀히 관찰했으며, 임신성 고혈압, 자간전증, 유산, 조산, 저체중아, 사산 등 다양한 변수를 평가했다. 총 367건의 임신 사례가 분석된 결과, CAB-LA 사용군의 부작용 발생률은 100인년당 45.7건으로, 임신 전 사용군(47.1건), 비사용군(37.5건)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신생아 이상반응도 세 그룹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중대한 선천성 기형은 단 1건에서만 보고됐다. 산모 사망 사례는 없었다.

 

연구진은 “CAB-LA는 임신 전후 모두에서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한 예방 옵션”이라고 결론지었다. 남아프리카 위츠대학교 글로벌보건감염연구소의 시네이드 델라니-모어틀위 교수는 “임신·출산기 여성의 HIV 감염률은 여전히 높다”며 “이번 결과는 이 시기 여성에게 장기 지속형 예방주사를 적극 권장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HIV 예방은 이제 감염 고위험군을 넘어 성·재생산 건강관리의 핵심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보테그라비르는 2개월마다 한 번만 투여하면 되어 순응도가 높고, 여러 임상시험에서 HIV 감염 예방률이 99%에 달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향후 임신 중 약물 사용 가이드라인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모자 감염 차단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NIH는 “임신과 수유 기간은 HIV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이지만 검증된 예방약이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는 여성 중심의 예방 전략 강화를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보건 전문가들은 “카보테그라비르는 HIV 감염 고위험군 여성에게 현실적이고 접근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비용과 공급, 의료 인프라 개선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