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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HIV 감염자는 일반인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50~100% 높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콜레스테롤 저하제 ‘스타틴(Statin)’이 이 위험을 3분의 1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게재됐으며, HIV 감염자의 심혈관 예방 치료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연구를 지원한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의 게리 기빈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HIV 감염자의 심혈관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예방책을 제시했다”며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REPRIEVE(HIV에서 혈관 사건 예방 무작위 대조시험)’로, 피타바스타틴 칼슘(pitavastatin calcium)을 투여한 그룹과 위약(placebo) 그룹을 비교했다. 40~75세 HIV 감염자 7,769명이 12개국 145개 임상센터에서 참여했으며, 평균 5년 이상 추적 관찰을 진행하다 치료 효과가 조기에 입증되면서 연구가 조기 종료됐다. 분석 결과 스타틴 복용군은 위약군 대비 주요 심혈관 사건(심근경색, 뇌졸중, 혈관 재개통 수술 등) 발생률이 35% 낮았다.

 

사망률을 포함한 전체 심혈관 사건 위험은 21% 감소했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30% 떨어졌다. 연구 책임자인 스티븐 그린스푼 박사는 “LDL 저하 효과 외에도 스타틴이 HIV 감염자의 만성 염증과 면역 과활성을 억제하는 추가 기전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HIV 감염자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로 생존율이 높아졌지만, 만성 염증 반응과 면역 체계 활성으로 혈관 손상 위험이 여전히 높다. 스타틴은 이러한 염증을 완화해 혈관 보호 효과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REPRIEVE 연구는 간·신장 기능이 정상이며 ART를 받고 있는 HIV 감염자 중 심혈관 위험이 낮거나 중등도인 집단을 대상으로 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틴 처방 대상이 아닌 환자에서 예방적 투여의 필요성을 새롭게 입증한 셈이다. 참가자의 31%가 여성, 41%가 흑인, 35%가 백인, 15%가 아시아인이었고, 평균 연령은 50세였다.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휴 오친클로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HIV 치료의 목표가 감염 억제를 넘어 전신 건강 관리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HIV 환자의 생존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직접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HIV 감염자는 약 3,800만 명, 매년 신규 감염자는 150만 명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HIV 환자의 심혈관 질환 예방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HIV 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단순히 항바이러스제에 머무르지 않고, 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만성 합병증 관리로 치료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스푼 박사는 “스타틴은 단순한 콜레스테롤 약을 넘어 HIV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예방 치료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