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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샌프란시스코 지역 임상연구에서,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기존 HIV 치료의 한계를 넘어 4~8주마다 주사 한 번으로 바이러스 억제가 가능한 치료법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 연구에 따르면 기존 치료로 바이러스가 통제되지 않던 HIV 감염자 중 96% 이상이 장기 지속형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Long-Acting ART, LA-ART)를 투여받은 뒤 한 달 내에 바이러스 억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UCSF 의대 모니카 간디 교수가 이끄는 워드86 클리닉에서 진행됐으며, 결과는 레트로바이러스 및 기회감염학회(CROI)에서 공개됐다. 연구는 NIAID(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와 NIMH(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대상은 주거 불안정, 정신질환, 약물 남용 등으로 인해 매일 약을 복용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 HIV 환자 133명으로, 이 중 43%는 기존 치료로 바이러스가 억제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진은 LA-ART를 4~8주 간격으로 근육 주사하고 정기적인 건강 모니터링과 복약 지원을 병행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가 억제되지 않았던 환자 중 96.5%가 평균 33일 만에 바이러스 억제 상태를 달성했고, 이미 억제 상태였던 환자군은 100% 유지했다.

 

전체 참가자 중 단 2명만이 치료 실패를 보였으며 이는 기존 경구 치료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NIAID의 칼 디펜바흐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치료 접근성이 낮은 환자에게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복약 순응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FDA가 승인한 주사형 HIV 치료는 카보테그라비르와 릴피비린 병용 주사제이지만, 기존 치료로 바이러스가 억제된 환자만 투여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억제 전 단계’ 환자에서도 LA-ART가 효과적임을 입증한 첫 사례로, 치료 사각지대를 포괄할 가능성을 열었다. 참가자 중 58%는 불안정한 주거 상태였고, 38%는 정신질환, 33%는 약물 사용 이력이 있었다.

 

간디 교수는 “이번 환자군은 기존 임상시험에 포함되지 못했던 실제 사회 취약 계층을 반영한다”며 “모든 환자가 최신 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HIV는 꾸준한 치료만으로 감염 전파를 사실상 차단할 수 있는 질환으로, LA-ART의 확산은 공중보건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간디 교수는 “이번 주사형 치료법은 생존을 넘어 환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LA-ART를 더 넓은 지역사회로 확산하기 위해 방문 상담, 거리 진료 등 현장 중심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NIDA의 노라 볼코프 소장은 “이번 연구는 HIV 치료를 병원 밖으로 끌어낸 혁신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NIMH의 조슈아 고든 소장은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환자의 삶에 녹아드는 치료”라며 “이번 결과는 사회적 취약 계층에서도 HIV를 장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