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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심부전 환자에게 널리 처방되는 두 이뇨제, 푸로세미드(furosemide)와 토르세미드(torsemide)가 생존율 향상 효과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진행된 심부전 관련 임상 중 최대 규모로, 수십 년간 이어져온 “어느 약물이 더 나은가”라는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TRANSFORM-HF(심부전 관리에서 토르세미드와 푸로세미드 비교 연구)’로 명명된 이번 임상은 미국 전역 60개 의료기관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심부전 환자 2,85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환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푸로세미드, 다른 쪽에는 토르세미드를 투여하고 평균 17개월간 생존율을 추적했다.

 

그 결과 토르세미드 복용군의 사망률은 26.1%, 푸로세미드 복용군은 26.2%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으며, 입원율에서도 두 약물 간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 책임자인 듀크대 심장학과 로버트 멘츠 박사는 “이번 연구로 토르세미드가 푸로세미드보다 생존율에서 우월하다는 근거는 사라졌다”며 “약제 선택보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최적 용량 조절과 병용 요법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뇨제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생존 이득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참가자의 약 26%가 추적 기간 중 사망했으며, 이는 현재의 치료 지침을 따르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심부전 환자의 예후가 나쁘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의 데이비드 고프 박사는 “이번 결과는 심부전 치료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며 “심부전은 단순한 심장질환이 아니라 노화, 대사, 신장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전신질환이기 때문에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여성(36.9%)과 흑인 환자(33.9%) 비율이 높아, 기존 심부전 임상시험보다 다양한 인구집단을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NHLBI의 패트리스 닉켄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심부전 치료 효과를 다양한 인종과 사회적 배경에서 검증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적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약 600만 명의 미국인이 심부전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2030년에는 그 수가 8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심부전은 심장이 신체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만성질환으로,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단기적으로 약물 선택 지침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예방과 관리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체중 유지, 꾸준한 운동, 금연,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와 함께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의 조기 치료가 심부전 예방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멘츠 박사는 “결국 메시지는 단순하다. 어떤 이뇨제를 쓰든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환자 맞춤형 관리와 병용 치료 전략”이라며 “심부전 치료는 아직 미완의 과제이며, NIH 주도의 후속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