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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항레트로바이러스(ARV) 치료는 HIV 감염 환자의 바이러스 수치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면, 바이러스는 빠르게 되살아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CAR-T 치료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체외에서 유전적으로 재설계해 특정 표적을 인식하도록 강화한 뒤, 이를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면역치료 기술이다. 이미 혈액암 치료에서 혁신적 성과를 보여 온 이 기술이 이제 HIV 억제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CAR-T 세포에 합성 단백질(CAR)을 추가하면 특정 병원체를 인식하고 공격하는 능력이 강화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진은 기존 CAR-T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벡터 백본, 신호전달 도메인 등 세부 요소를 ‘체계적으로 조정’했다. 이들은 실험실 연구에서 HIV 감염 세포 사이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효과가 기존 CAR-T보다 약 50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쥐 모델에서도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중단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CAR-T 세포가 HIV의 재활성을 억제하며, T세포 고갈을 방지했다. 이는 CAR-T 치료가 약물 없이도 ‘지속적인 바이러스 억제(durable control)’를 가능하게 할 잠재력을 지녔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레이철 리브먼 박사(펜실베이니아대 박사과정)는 “HIV는 숙주 세포 내에 숨어드는 특성 때문에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며 “이번 연구는 면역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바이러스가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해당 결과는 학술지 PLOS Pathogens에 게재됐다.


한편, CAR-T 기술은 이미 암 치료 분야에서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2017년 노바티스가 림프종 치료제 ‘킴리아(Kymriah)’로 FDA 승인을 받으며 CAR-T 시장의 문을 열었고, 이후 카이트파마(Kite Pharma) 역시 CAR-T 기반 항암제를 승인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면역세포 조작 기술이 암을 넘어 바이러스 질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HIV 치료 연구는 여전히 복잡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내에 잠복해 있기 때문에, 치료 후 완전한 ‘제거(cure)’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잠복 HIV를 신속히 탐지할 수 있는 테스트를 개발했고, 몬트리올대는 장 내에서의 HIV 복제를 억제하기 위해 mTOR 경로를 차단하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또 다른 축은 유전자 편집이다. 템플대 연구진은 CRISPR 기술을 활용해 인간 T세포 유전체에서 HIV를 안전하게 제거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신생 기업 엑시전바이오테라퓨틱스(Excision BioTherapeutics)는 마우스 실험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후 임상시험 진입을 준비 중이다.


HIV는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감염병으로 남아 있지만, 이번 CAR-T 기반 접근법은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의 지속 복용 없이도 바이러스 재활성을 장기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면, 이는 HIV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