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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MASH(대사기능이상 연관 간염,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는 제약업계에서 ‘약 개발의 무덤’으로 불리며 외면받던 질환이었다. 수많은 임상 실패 끝에 환자들에게 남은 치료법은 체중 조절과 식습관 개선뿐이었다. 그러나 2024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매드리갈 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의 경구용 치료제 ‘레즈디프라(Rezdiffra)’를 승인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약은 비(非)간경변성 MASH 환자 중 섬유화 2~3단계(F2~F3)를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치료제로, 간질환 신약 개발의 새 장을 열었다. 이후 2025년 8월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같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MASH 치료 적응증을 획득하며 시장 판도를 바꿔 놓았다. GLP-1 작용제 기반인 위고비는 비만 치료 분야에서 이미 독보적이었기에, 이번 확대 승인은 간질환을 대사질환의 연장선으로 통합시키는 계기가 됐다.

 

비만·당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처방 생태계와 보험 유통망이 그대로 적용되며 MASH 치료 접근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치료의 공백은 크다. 미국 내 MASH 환자 약 2,200만 명 중 치료 대상인 900만 명 대부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레즈디프라의 3상 시험에서 30% 미만만이 염증 개선과 섬유화 억제를 동시에 달성했으며 완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주목할 점은 환자 중 14%가 이미 GLP-1 약물을 병용 중이었다는 사실로, 향후 ‘조합 치료’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약 빅3의 대규모 인수전도 시작됐다.

 

GSK는 보스턴 파마슈티컬스로부터 FGF21 유사체 ‘에피모스페르민(efimosfermin)’을 20억 달러 규모로 인수했고, 로슈는 89바이오를 최대 35억 달러에 인수해 ‘페고자페르민(pegozafermin)’을 확보했다. 노보노디스크 역시 아케로 테라퓨틱스를 47억 달러에 인수하며 FGF21 기반 신약 ‘에프룩시페르민(efruxifermin)’을 손에 넣었다. 이들은 모두 GLP-1 약물과의 병용으로 대사질환 통합 치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매드리갈 역시 중국 CSPC 파마슈티컬로부터 경구용 GLP-1 후보물질 ‘SYH2086’을 도입해 병용 임상 준비에 들어갔다. 업계는 FGF21과 GLP-1의 조합이 지방 축적과 염증, 섬유화를 동시에 개선하는 ‘두 번째 물결’이 될 것으로 본다. 

 

로슈는 GLP-1/GIP 이중작용제와 아밀린 유사체를 결합한 복합 플랫폼을 구축하며 대사질환 조합치료의 선두를 노린다. 한편 레즈디프라는 출시 1년 만에 1만7천 명 이상이 치료에 참여하며 상업적 성공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레즈디프라의 성공이 시장을 열었고 위고비의 진입이 그 불씨를 확산시켰다”고 평가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간·소화기 전문의 3분의 2가 향후 3개월 내 MASH 환자에게 위고비 처방을 계획 중이며, 다수는 병용 요법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FGF21 계열 약물이 실제 섬유화 개선을 입증해야 하고, GLP-1 병용의 안전성과 장기 효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의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시장은 이미 달아올랐다. GSK, 로슈, 노보의 인수 규모만 10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들은 제조 인프라와 보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MASH 치료제를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키울 준비를 마쳤다. 불과 18개월 전만 해도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MASH는 이제 다중 대사질환 치료 전략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MASH 치료제 개발은 실패의 역사가 아니라, 성장의 서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