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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 ‘GSK095’가 췌장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 약은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와 함께 작용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강력하게 공격하도록 돕는 기전으로 설계됐다.


뉴욕대 의대(NYU)와 GSK 공동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전임상 결과에서 GSK095가 면역항암제와 병용될 때 췌장관선암(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생쥐 모델의 생존기간을 2배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단독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생쥐의 평균 생존일이 25일이었던 반면, GSK095 병용군은 50일까지 생존했다. 해당 결과는 Cancer Cell에 게재됐다.


GSK095의 표적은 ‘RIP1(receptor-interacting serine/threonine-protein kinase 1)’이라는 효소다. 이 효소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대식세포(macrophage)의 활동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다. 일반적으로 대식세포는 종양으로 이동한 뒤, 공격 세포로 전환되지 못하고 오히려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형태로 변한다. GSK095는 이러한 변화를 차단해, 대식세포가 면역 억제 신호를 줄이도록 유도한다.


실험실 연구에서 GSK095는 사람의 췌장암 세포를 대상으로 킬러 T세포(세포독성 T세포)의 활성도를 두 배 높였고, 면역 억제 세포의 생성을 5배 감소시켰다. 연구진은 여기에 PD-1 억제제(머크의 ‘키트루다’)와 ‘ICOS 활성제(ICOS activator)’를 함께 투여했을 때, 면역세포의 공격력이 극대화되었다고 밝혔다.


공동저자인 뉴욕대 외과학과 웨이 왕 박사는 “이번 접근법은 면역계가 인식하지 못하던 ‘냉담한 종양(cold tumor)’을 면역 반응이 활발한 ‘뜨거운 종양(hot tumor)’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췌장암처럼 면역관문억제제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암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췌장관선암은 미국에서 매년 약 5만 명이 진단받으며, 예후가 극도로 나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면역항암제 단독으로는 뚜렷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GSK는 이번 결과를 기반으로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하는 임상 1상을 개시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220명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GSK095를 경구 복용 형태로 하루 2회 투여하며,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각각 평가한다. 임상은 4단계로 나뉘어 2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업계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로슈의 제넨텍 연구팀은 PD-L1 억제제 ‘티센트릭(Tecentriq)’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의 종양에서 TGF-베타 단백질이 높은 수준으로 존재함을 확인했고, TGF-베타 억제제를 병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개선된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RIP1 억제제는 신경계 및 염증 질환 연구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사노피는 최근 덴알리(Denali)로부터 RIP1 억제제 2종을 1억 2,500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이 중 하나인 DNL747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치료제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NYU 연구진은 GSK의 RIP1 억제제가 면역세포 활성화 이전 단계에서 작용하며, 이후에도 면역 반응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마스터 조절자(master regulator)’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T세포 수를 늘리는 기존 접근보다 더 근본적인 면역 환경 개선 전략으로 평가된다.


면역항암제 병용 연구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GSK095는 췌장암처럼 ‘면역 침묵 종양’으로 분류되는 암종의 치료 가능성을 다시 열 수 있는 후보물질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임상 결과에 따라 GSK095는 차세대 면역항암 병용 플랫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