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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독립 보건경제 평가기관인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 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가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 치료제가 “매우 비용효과적(highly cost-effective)”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평가로 두 회사의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는 임상적 효능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확보하며, 급속히 확장 중인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ICER이 최근 공개한 초안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대상은 노보노디스크의 주사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2.4mg(상품명 위고비 Wegovy), 개발 중인 경구제 세마글루타이드 25mg, 일라이 릴리의 주사제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15mg(상품명 마운자로 Mounjaro 및 제프바운드 Zepbound) 등 세 가지였다.

 

ICER은 “이들 약물이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넘어선 실질적인 체중감량과 대사 위험요인 개선을 보였다”며, 세 약제가 통상적인 비용효과성 기준(cost-effectiveness threshold)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세 약물 중에서는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가 평균 20.2% 체중감소로 주사제 세마글루타이드의 13.7%를 앞서며 ‘유망하지만 확정적이지 않은(promising but inconclusive)’ 우위를 보였다. 반면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25mg은 체중감량 효과가 낮고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가 불확실해 주사제 대비 “비슷하거나 열등한(comparable or worse)” 평가를 받았다.

 

다만 ICER은 “경구 제형은 아직 FDA 심사 중이며 주요 임상 결과가 완전 공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ICER은 시장조사기관 SSR Health 자료를 바탕으로 약가 분석을 진행해 세마글루타이드의 연간 순비용을 6,830달러(약 940만 원), 티르제파타이드를 7,973달러(약 1,100만 원)로 산출했다. 이는 명목 상장가격(세마글루타이드 1만6천달러, 티르제파타이드 1만3천달러)보다 낮지만 실제 시장에서 약 6천달러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어 접근성은 개선되고 있다.

 

ICER은 “이 가격대라면 두 약물 모두 순건강효과(net health benefit) 측면에서 높은 확실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예산 영향(budget impact)’ 측면에서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인구의 40%가 비만이며, 이 중 단 1%만 치료받아도 연간 예산 한도인 8억8천만 달러(약 1조2천억 원)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ICER의 예산 한도 계산은 자의적이며 실제 재정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비용효과성이 공식적으로 재확인된 점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릴리 측은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으나 업계는 “마운자로의 가성비 논란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ICER의 긍정적 평가는 보험 급여 확대와 약가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민간 보험사들이 이를 기준으로 급여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06년 설립된 ICER은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해 보험사와 병원, 정책기관의 의사결정에 근거자료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최근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10월 6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11월 공청회 후 최종본이 확정될 예정이며, 최종 발표 시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공식적으로 ‘경제성과 임상효과가 입증된 비만 치료제’로 인정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평가는 단순한 약가 논쟁을 넘어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인식하는 제도적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