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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Sanofi)가 내년 1월부터 미국 내 모든 인슐린 제품의 월 최대 비용을 35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번 결정은 오랜 기간 고가 논란이 이어진 인슐린 시장에 제도적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사노피는 2022년 자사 대표 제품 란투스(Lantus)의 무보험 환자 대상 월 비용을 99달러에서 35달러로 낮춘 데 이어, 2023년에는 상업보험 가입자에게도 동일한 가격을 적용했다.

 

이번에는 그 범위를 모든 인슐린 제품으로 확대한 것으로, 사실상 ‘보편적 35달러 인슐린 시대’를 선언한 셈이다. 이번 발표는 일라이 릴리(Eli Lilly),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에 이어 나온 것으로, 세 기업이 글로벌 인슐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반의 가격 경쟁과 접근성 확대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인슐린은 필수 치료제임에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물 중 하나로 꼽혀왔다. RAND Corpor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인슐린의 평균 상장가격은 12달러지만 미국은 98.7달러로 8배 이상 비쌌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약을 절약하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인슐린 배급(rationing)’ 사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제약사에 가격 인하를 촉구한 가운데,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메디케어(Medicare) 가입자 인슐린 가격이 월 35달러로 제한되면서 제약사들의 자발적 인하 압력이 커졌다.

 

여기에 인슐린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이 가격 하락에 불을 붙였다. 비오콘(Biocon)과 비아트리스(Viatris)의 셈글리(Semglee), 일라이 릴리의 레즈보글라(Rezvoglar) 등이 사노피 란투스의 복제약으로 출시됐고, 사노피 역시 최근 노보노디스크의 노보로그(NovoLog)를 대체할 신속형 인슐린 ‘메릴로그(Merilog)’의 FDA 승인을 획득했다.

 

이는 사노피가 고가 브랜드 중심 시장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결정은 사회적 압박에도 대응하는 전략적 행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슐린은 사치품이 아니라 생명유지 필수약”이라며 제약사에 공공적 책임을 요구해왔고, 이에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각각 가격 인하를 단행한 뒤 사노피가 마지막으로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사노피의 이번 조치가 인슐린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한다. 보험사, 약국 혜택관리자(PBM), 유통망 등 복잡한 구조 속에서 가격이 실제 비용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35달러 상한제 도입은 직접 구매 시장 확대와 바이오시밀러 진입 가속화, 급여제도 개편 등 다양한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사노피는 “이번 조치는 모든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 없는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속형과 장시간형 인슐린 모두 동일한 가격 상한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들은 이를 환영하며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던 환자들의 현실이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의료계는 이번 결정을 “기업 이미지와 환자 신뢰 회복을 동시에 달성한 상징적 선택”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