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ockphoto-1178753201-612x612.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 지원으로 진행된 최신 연구에서, 격렬한 접촉 스포츠로 인한 반복적인 머리 충격이 젊은 운동선수의 뇌에 조기 신경 손상과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만성외상성뇌병증(CTE)의 대표적 특징인 ‘타우 단백질 축적’이 나타나기 전에도 뇌세포 손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조기 진단과 예방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보스턴대학교 CTE 연구센터와 미국 보훈부 보스턴 헬스케어 시스템, 그리고 여러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사망 당시 51세 이하였던 전·현직 운동선수들의 뇌 조직을 정밀 분석했으며, 대부분이 미식축구 등 반복적인 머리 충격에 노출된 경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연구팀은 첨단 유전자 발현 분석 기술과 세포 단위 이미징 기법을 활용해, 기존에 알려진 타우 단백질 축적 외에도 다양한 뇌세포 변화가 발생함을 발견했다. 특히 머리 충격이 집중적으로 가해지는 특정 뇌 부위에서 신경세포가 평균 56% 이상 손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 놀라운 점은, 이러한 손실이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CTE 진단 기준보다 훨씬 이른 단계에서 신경 손상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NIH 신경질환연구소(NINDS) 국장인 월터 코로셰츠 박사는 “이 연구는 반복적인 머리 충격 이후 뇌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러한 초기 뇌 변화가 CTE 조기 진단과 치료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서는 신경세포 손실뿐 아니라,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과도한 활성화도 관찰됐다. 미세아교세포는 외상 이후 손상된 신경조직을 정리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장기간 활성화될 경우 오히려 신경세포 파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의 활성 정도가 운동선수가 머리 충격에 노출된 기간과 비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혈관 수준에서도 중요한 분자 변화가 발견됐다. 세포 내 산소 공급 저하에 대응하듯, 뇌혈관이 두꺼워지고 증식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으며,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특히 미세아교세포와 혈관 내피세포 사이의 새로운 ‘신호 교환 경로(crosstalk)’를 확인했는데, 이는 CTE로 이어지는 초기 병리 과정의 핵심 연결고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NIH 노화연구소(NIA) 리처드 호즈 국장은 “이번 연구는 CTE가 진단 가능한 병변으로 발전하기 전, 이미 젊은 운동선수들의 뇌 속에서 상당한 수준의 세포 손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초기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현재 세대의 선수들을 보호하고, 미래의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CTE 연구가 주로 고령의 전직 선수나 사망자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젊은 세대의 뇌 변화를 직접적으로 관찰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연구진은 이로써 “질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조기 경고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생체표지자(biomarker)를 개발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이번 발견은 단순한 스포츠 부상 문제를 넘어, 반복적 뇌 외상이 어떻게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머리 충격이 누적될수록 신경세포는 점차 소실되고, 뇌의 방어 체계는 염증과 대사 불균형으로 전환되며, 이러한 악순환이 수년 뒤 치명적인 CTE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보스턴대학교 CTE센터는 “뇌세포 손실이 시작되는 지점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선수 보호 장비의 설계 개선과 조기 스크리닝 기술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NIH는 이번 연구를 통해 CTE의 근본적 예방이 단순히 경기 규칙의 변경을 넘어, 뇌세포 단위의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반복적 뇌 충격이 단순한 ‘운동 후유증’이 아니라, 신경계 전반의 미세한 균형을 무너뜨리는 근본적 변화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뇌가 보내는 초기 신호를 얼마나 빨리 포착하느냐가, 선수의 미래와 뇌 건강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