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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도 폐암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 공동연구팀이 그 해답에 가까운 결과를 내놓았다. 미세먼지와 같은 초미세입자 대기오염이 비흡연자의 폐암에서 광범위한 유전자 변이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2025년 7월 2일 학술지 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차량 배출가스와 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초미세입자(PM2.5)가 폐암 발생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을 전장유전체(whole-genome) 수준에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흡연 이력이 전혀 없는 871명의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상 최대 규모의 분석으로, 28개국의 데이터를 통합해 수행됐다.


연구를 이끈 NIH 국립암연구소(NCI)의 마리아 테레사 란디(Maria Teresa Landi) 박사는 “이번 결과는 대기오염이 단순한 환경 요인이 아니라, 폐암을 촉진하는 ‘유전적 돌연변이의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대기오염 노출 수준이 높을수록 암 억제 유전자인 TP53에서 이상이 발생하는 비율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TP53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막는 핵심 유전자인데, 그 기능이 손상되면 세포 내 돌연변이가 급속히 축적된다. 흥미롭게도, 이 유전자 이상은 기존의 흡연자에서 관찰되던 변이 패턴과 매우 유사했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가 흡연과 유사한 유전적 손상을 일으키는 셈이다.


또한 연구진은 미세먼지 노출이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telomere) 길이를 비정상적으로 단축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짧아지지만, 그 속도가 빠를수록 세포의 노화와 돌연변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기오염이 이러한 ‘조기 텔로미어 단축’을 촉진해 세포의 복제 능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번 결과는 기존의 ‘간접흡연’ 연구와 비교했을 때 의미가 더욱 뚜렷하다. 연구팀은 간접흡연 역시 돌연변이 부담을 약간 증가시키고 텔로미어를 짧게 만들지만, 실제 암을 유발하는 핵심 유전적 변이까지는 일으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대기오염은 그보다 훨씬 강한 돌연변이 유발 효과를 보여 ‘비흡연자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공동저자인 UCSD의 장퉁우(Tongwu Zhang) 박사는 “대기오염 노출이 폐암 발생의 유전적 서명을 남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전장유전체 수준에서 확인했다”며 “흡연과는 다른, 그러나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는 분자적 경로가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비흡연자 폐암’이 전체 폐암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유전체 연구가 흡연자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비흡연자 집단의 발병 기전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그 공백을 메우며, 환경적 노출이 어떻게 유전자 수준의 변화를 유도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연구팀은 앞으로 미세먼지 노출과 폐암 위험 사이의 인과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친 인체 코호트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대기질이 열악한 도시 거주 인구를 중심으로, 암 발생 전 단계에서 일어나는 세포 변화를 추적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단순히 폐암 예방 차원을 넘어, 도시환경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대기오염이 단순한 호흡기 자극을 넘어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발암 인자’로 규명된 만큼, 공기질 관리와 환경규제 강화의 과학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 그 자체가 세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보여줬다. 비흡연자라 해도 ‘깨끗하지 않은 공기’ 속에 있다면, 폐암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