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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외 수의학 연구에서 반려묘의 당뇨병 발병 원인으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간식 섭취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고탄수화물 사료나 간식 과잉 섭취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어 왔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스트레스가 체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려 당대사를 교란시키는 주요 촉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과 영국 로열수의대(RVC)가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보호자와의 분리, 낯선 환경, 동거묘와의 갈등, 급격한 생활 패턴 변화가 반려묘의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인슐린 작용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이 상태가 반복될수록 췌장의 베타세포가 손상되어 인슐린 분비 자체가 감소한다. 결국 인간의 제2형 당뇨병과 유사한 ‘인슐린 저항형 당뇨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7년간 1,200마리 이상의 중년·노령묘를 대상으로 장기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이 중 비만이 없는 정상 체중의 개체에서도 당뇨병이 발병한 사례가 적지 않았으며, 공통적으로 나타난 요인은 장기적 스트레스 환경이었다. 특히 보호자가 자주 바뀌거나, 새 가구·이사 등으로 생활공간이 급격히 변한 고양이일수록 발병률이 2.3배 높았다.

 

또한 연구는 스트레스가 식이 패턴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식사량이 들쭉날쭉해지고, 공복 시간이 길어진 뒤 폭식하는 형태가 반복된다. 이런 패턴은 혈당 변동 폭을 키워 췌장 기능을 더 빠르게 손상시킨다. 반려묘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환경적 관리가 단순한 심리적 안정 차원을 넘어 내분비 건강에 직결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반려묘의 당뇨병 예방을 위해 ‘식이조절’보다 ‘환경 안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갑작스러운 사료 변경이나 잦은 목욕, 소음이 많은 공간 등도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고양이의 생활 리듬을 보호자가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놀이와 교감은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인슐린 감수성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관계자는 “보호자 대부분이 당뇨병을 사료나 간식 문제로만 인식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핵심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충분한 휴식 공간, 예측 가능한 생활 루틴, 스트레스 유발 자극 최소화가 가장 중요한 예방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혈당 모니터링 센서나 반려묘용 스마트워치 등으로 체내 혈당 변화를 실시간 관찰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며, 조기 발견이 더욱 쉬워졌다. 그러나 기술적 관리보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정서적 안정이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환경에선 어떤 치료도 근본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사람이 마음의 평화를 잃으면 혈압이 오르듯, 고양이에게도 평온한 일상이 최고의 치료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