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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도 보호자의 감정에 깊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단순히 교감의 차원을 넘어, 사람의 스트레스와 우울이 실제로 반려동물의 뇌와 호르몬 반응에까지 영향을 미쳐 유사한 ‘정신적 동조 현상’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스웨덴 링셰핑대학(Linköping University) 연구진은 보호자와 반려견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를 비교한 결과, 보호자가 장기간 우울감이나 불안을 겪을수록 반려견의 코르티솔 수치도 함께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보호자의 감정 상태가 단순히 일시적인 행동 변화를 넘어서, 반려동물의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으로 전이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불안이나 우울 증상이 있는 보호자일수록 반려견이 낯선 환경에서 더 쉽게 경계하거나 분리불안을 보이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 같은 현상은 반려묘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는 보호자와 함께 사는 고양이는 공격적이거나 은둔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고양이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 또한 보호자의 정서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장기간 우울감이 지속된 가정의 고양이일수록 과도한 그루밍(털 핥기)이나 식욕 저하가 흔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보호자의 감정은 말보다 강력한 신호로, 반려동물의 정서적 안정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거울 신경(mirror neuron)’ 작용과도 연관이 있다. 사람의 표정, 말투, 행동에서 느껴지는 감정 신호를 반려동물이 그대로 인식하고 모방함으로써, 보호자의 불안이 동물의 불안 반응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특히 반려동물이 어린 시절부터 보호자와 장시간 함께 생활하며 사회적 신호를 학습할수록 이 감정 동조 현상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우울증을 단순한 행동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동물의 우울증은 활동량 감소, 식욕 저하, 짖음·울음의 변화, 반복적인 자기 자극 행동(과도한 핥기나 꼬리 물기)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수의학적으로도 이러한 증상은 세로토닌 불균형이나 코르티솔 과다 분비와 같은 생리적 변화를 동반하며, 사람의 우울증과 유사한 신경전달물질 패턴을 보인다.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호자의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 보호자가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반려동물에게는 예민한 신호로 전달되므로, 가능한 한 일상의 루틴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한 반려동물이 평소보다 무기력하거나 행동이 변했다면 단순한 일시적 기분 변화로 보지 말고, 수의사 상담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원인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최근 수의심리학에서는 반려동물의 정서 건강을 위한 행동치료와 환경개선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음악 치료, 후각 자극 훈련, 놀이 기반의 사회적 교감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강력한 치료제는 여전히 보호자의 안정된 마음”이라며 “보호자의 삶의 질이 반려동물의 행복과 직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함께 사는 존재에게는 고스란히 전달된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은 결국 보호자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일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