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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MRI(자기공명영상)는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동물병원에서도 MRI 장비 도입이 급격히 늘어나며, 반려동물 진단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고가의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동물병원과 전문센터 중심으로 수의용 MR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의영상의학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국내에 도입된 수의용 MRI 장비 수는 이전 5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과거에는 사람용 MRI를 임시 전용하거나 외부 의뢰를 통해 영상을 확보했지만, 최근에는 동물 전용 코일과 고해상도 시퀀스를 갖춘 최신 장비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반려동물 진료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MRI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고 자기장과 전자파를 이용해 인체 내부의 단면을 촬영하는 영상기법이다. 수의학 분야에서는 뇌종양, 척수병증, 디스크 질환, 무릎·고관절 손상, 인대 파열 등 복잡한 조직 손상을 진단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신경계 질환 진단에서는 CT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로 미세한 신경 손상까지 구분할 수 있어, 수술 여부나 예후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 동물영상센터 원장은 “MRI를 통해 사람보다 더 정밀하게 반려동물의 뇌 구조와 신경 변화를 볼 수 있다”며 “특히 뇌전증, 종양, 소뇌병증처럼 미묘한 이상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어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람보다 체구가 작은 개나 고양이의 경우, 장비 특성상 더 높은 영상 비율을 확보할 수 있어 조직 대비 해상도가 오히려 우수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MRI 판독 전문 수의사가 세분화되면서, 영상의학 진단의 정확성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종양내과 등 각 전문분야에서 MRI 영상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수술 계획과 예후 예측이 가능해졌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인공지능(AI)을 결합한 MRI 영상 분석 시스템도 시험 도입해, 영상 판독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수의용 MRI의 발전은 반려동물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 X-ray나 초음파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신경 손상, 미세 출혈, 연골 파열 등을 이제는 정밀하게 시각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고해상도 3D MRI를 통해 수술 전 가상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져, 마취시간 단축과 수술 후 회복률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다만 고가의 검사비와 장비 유지비는 여전히 한계로 꼽힌다. 검사 1회당 비용이 6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다양해, 일반 보호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는 필수”라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의용 MRI의 확대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반려동물의 생명을 구하는 임상적 진보”라고 강조한다. MRI 기술이 사람을 넘어 동물의 질병 진단에서도 정밀의학의 새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