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7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폐암의 가장 초기 단계가 단순한 세포 돌연변이보다 ‘염증’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연구팀은 고해상도의 세포·분자 수준 공간 전사체 지도를 제작해, 폐암이 형성되기 전 단계에서 이미 강한 염증 반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Cancer Cell》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후맘 카다라(Humam Kadara) 교수와 린화 왕(Linghua Wang) 교수는 “폐암의 전구세포가 매우 높은 염증 환경 속에서 발견됐으며, 주변은 염증 촉진 세포들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염증을 유도하는 주요 인자인 인터류킨-1베타(IL-1B)를 차단했을 때, 폐암의 전구세포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폐암의 조기 차단(interception)에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간 전사체 분석(spatial transcriptomics)은 조직 내에서 어떤 유전자가 어디에서 발현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첨단 기술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해 폐암 전구 병변(precursor lesions)부터 진행성 암 조직까지의 전사체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총 25명의 환자에게서 채취한 56개의 병변 샘플과 진행성 폐암 조직을 분석했고, 별도의 검증군으로 19명의 환자에게서 얻은 36개 병변을 추가로 비교했다. 그 결과 약 48만여 개의 세포 위치와 540만 개의 세포 데이터를 기반으로, 폐암 발생 초기의 분자적 특징을 고해상도로 재현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폐암 전구 병변에서는 염증 반응이 집중된 부위에서 종양 관련 세포가 함께 존재했다. 이 부위에서는 종양세포와 면역세포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며, 염증 유전자들이 과도하게 발현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이 염증 신호는 실험실의 폐암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어, 염증이 단순한 부수적 현상이 아니라 실제 암 형성을 촉진하는 핵심 인자임이 확인됐다.


카다라 교수는 “기존에는 폐암이 유전자 변이로만 시작된다고 여겼지만, 이번 결과는 염증이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암세포의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IL-1B와 같은 염증 경로를 조기에 차단하면 폐암의 발병 자체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예방 치료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암 예방과 조기 치료의 접근법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다. 지금까지 폐암은 발견 당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치료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염증 조절과 면역치료의 병용 전략이 새로운 ‘암 발생 차단 요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암 치료가 단순히 종양을 없애는 데서 벗어나, 암이 생기기 이전의 미세환경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염증성 신호를 이용한 조기 예측 및 예방 전략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