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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부모의 행동습관은 단순히 가정 분위기나 인성 형성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WVU) 심리학과 연구팀은 부모의 자기통제력 수준이 청소년 자녀의 건강, 학업, 금전관리 습관까지 그대로 반영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WVU 에벌리 인문과학대학의 에이미 겐츨러(Amy Gentzler) 교수가 이끌었으며, 미국 애팔래치아 지역 213가족을 대상으로 약 6개월간 진행됐다. 부모와 청소년이 각각 건강관리, 일·학업, 금전관리, 여가, 대인관계 등 다섯 영역에서 자기통제력 수준을 평가받았다. 결과는 국제 학술지 ‘Social Development’에 게재됐다.


겐츨러 교수는 “자기통제력은 순간의 유혹을 이겨내고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능력”이라며 “이 특성이 학업 성취도, 신체 건강, 재정 안정성, 관계의 질까지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부모의 행동 패턴이 청소년의 자기통제력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성실함과 규율을 지키는 어머니를 둔 아이는 학교생활에서도 높은 학업적 성취욕을 보였다. 반면 아버지의 전반적인 절제력이 높은 경우, 자녀는 돈을 관리하는 능력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가장 뚜렷한 상관관계는 건강습관에서 나타났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부모의 자녀일수록 동일한 행동 패턴을 보였다. 겐츨러 교수는 “부모의 자기조절이 곧 자녀의 생활리듬을 형성하는 환경적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머니의 직업적 자기통제력과 자녀의 학업태도 간의 밀접한 연관성이 눈에 띄었다. 이는 어머니가 업무에서 보여주는 집중력과 책임감이 학업 지도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됐다. “업무에 성실한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자녀의 과제나 학습을 돕는 방식도 체계적이고 일관된 경향이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병행되던 시기에 이루어졌다. 흥미롭게도 건강에 대해 높은 자기통제를 보인 아버지를 둔 경우, 오히려 자녀의 전반적 자기통제력이 낮게 나타나는 역전 현상도 관찰됐다. 겐츨러 교수는 “지나친 통제나 완벽주의적 행동이 청소년에게 스트레스나 반발심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재정습관에서는 아버지의 절제력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제력이 높은 아버지를 둔 청소년일수록 소비를 신중하게 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고려한 경제습관을 보였다. 이는 가정 내에서의 재정관리 태도가 자녀의 금전 의식에 직접적인 학습효과를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는 또 가계소득과 청소년의 자기통제력 사이의 뚜렷한 상관관계도 확인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자녀들은 건강, 학업, 금전관리 등 여러 영역에서 높은 자기조절력을 보였는데, 이는 풍부한 자원과 교육적 환경이 장기적 목표 설정을 용이하게 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반면 어린 시절 경제적 불안정이나 환경적 어려움을 겪은 경우, 뇌 발달 단계에서부터 자기통제 관련 신경회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겐츨러 교수는 “유전적 요인과 가정환경, 사회경제적 조건이 모두 영향을 미치지만, 청소년기는 변화와 성장의 시기이기에 부모의 노력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했을 때 보상을 주거나, 불편한 일을 즐거운 일과 연계하는 식의 전략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는 ‘모범을 보이는 부모가 결국 자녀의 자기조절력을 키운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다. 부모의 일상 속 태도와 습관이 자녀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교육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